네이버 밴드·블로그에 피해자 신상 정보 공개
"잘못 인정하지만 성폭력 진위 밝혀지지 않아"

서울시장위력성폭력사건공동행동 관계자들이 1월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고 박원순 전 시장의 성폭력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한호 기자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피해자의 신상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개한 40대 여성이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서울동부지법 형사6단독 손정연 부장판사는 9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비밀 준수) 혐의로 기소된 전업주부 최모(47)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120시간과 성폭력 치료 강의 40시간을 명령했다.
최씨는 지난해 8월 네이버 밴드와 개인 블로그에 ‘기획 미투 여비서를 고발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면서 피해자 이름과 근무지 등을 공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손정연 부장판사는 "피고인은 자신이 운영하는 네이버 밴드 메인화면과 블로그 등에 피해자 실명을 두 달 넘게 게시해 죄질이 나쁘다"면서도 "잘못을 인정하고 미성년 자녀가 있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달 23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최씨에게 징역 1년을 구형했다. 당시 피고인 측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면서도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점을 들어 선처를 호소했다. 이 과정에서 피고인 측 법률대리를 맡은 정철승 변호사는 "성폭력 피해의 진위 여부가 밝혀지지 않았다"며 "피고인은 피해자를 협박하기 위한 게 아니라 사건 진실을 알기 위해 노력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을 맡은 김재련 변호사는 이날 선고가 끝난 후 "반성하지 않는 피고인에게 집행유예 판결이 내려져 아쉽지만, 피해자 신상을 공개적으로 누설하는 게 명백한 범죄에 해당함을 보여줬기에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사 소송 진행 여부에 대해선 "피해자와 상의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피해자와 피해자 지원단체 및 변호인단은 최씨를 포함해 피해자 실명을 인터넷에 올린 사람들을 지난해 10월과 12월 경찰에 차례로 고소했다. 피소된 이들 가운데 김민웅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와 오성규 전 서울시 비서실장은 6월 기소 의견으로 송치돼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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