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의 지지율이 급상승하자 정치권은 적잖이 당황한 모양새다. 당내 경쟁자들은 “역선택의 결과”라며 경계하고 있고 여권은 이게 호재일지 악재일지 따지느라 정신없다. 역선택 방지조항을 놓고 빚어진 갈등부터가 당장 그런 현실을 반영한다.
그러나 청년들 사이에서, 적어도 나 같은 ‘트수(트위치와 백수의 합성어)’들에게 홍준표 열풍은 새삼스럽지 않다. 트위치에서는 이미 지난해부터 스트리머들에게 후원을 할 때 “홍준표 2번”으로 유명한 2017년 대선 선거송을 삽입하는 게 유행을 탔고, ‘포르자 호라이즌4’라는 레이싱 게임 유저들은 직접 ‘홍준표 유세차’를 제작해 경주를 즐기기도 했다. 정치적 호불호를 떠나서 홍준표는 놀이의 소재였다.
애석하게도 정치권에서 이 같은 홍준표밈(meme)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기야 트위치를 트위터로 오해하지 않으면 다행이다. 바닥 민심을 읽지 못하니 어쩌다가 여권 지지층으로부터 홍 의원의 선호도가 높게 반영된 여론조사를 가지고 ‘역선택’을 운운하며 애써 위안을 삼는다. 하지만 단언컨대 ‘무야홍(무조건 야권주자는 홍준표)’은 허깨비가 아니다.
홍준표 의원이 막말의 대명사인 건 변함없다. 하지만 이제는 막말이 낫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청년들은 비록 거칠지언정 솔직하고, 꼰대 같아도 자신들의 요구를 알아주는 홍준표에게 열광하고 있다. 반대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무슨 매력을 보여주었나? 입당 후 한참이 지났지만, 그가 발표한 공약은 손에 꼽히고 캠프에서 흘러나오는 보도자료는 대개 어느 자리에 누구를 앉혔다는 인선 발표뿐이다. MZ세대 잡겠다고 있지도 않은 민지를 찾으면서 120시간 일하라고 하니, 청년들이 어떻게 그를 지지하겠는가?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서는 이런 후보보다 차라리 장판파의 조자룡처럼 홀로 야권을 휘젓고 다니는 홍준표가 어려운 상대일 것이다.
국민의힘에서 홍준표의 약진이 있었다면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재명의 압승이 있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주말 펼쳐진 충청권 경선에서 과반을 득표하며 대세론을 입증했다. 당내 조직에서 열세였기에, 과반 승리는 어찌 보면 이변이었다. 그것은 ‘반작용 정치’의 종언을 의미하기도 했다.
이낙연의 고전은 윤석열의 부진과 닮았다. 뭘 하겠다는 공약은 보이지 않고, 네거티브만 횡행한다. 이낙연 후보 측이 ‘백제 발언’, ‘무료변론’ 같은 이슈를 만들어 상대의 발목을 잡는 동안, 이재명 후보는 기본소득, 기본대출과 같은 공약을 바탕으로 자신의 브랜드를 키워 나갔다.
최근 두 정당에서 일어나고 있는 지각변동을 두고 포퓰리즘이 횡행한다고 여기면 곤란하다. 후보 선택의 기준이 바뀌었을 뿐이다. 사안마다 엄중히 바라보기만 하는 모호함과 미사여구 가득한 공약들로는 우리의 일상을 바꾸지 못한다는 걸, 청년들은 잘 알고 있다. 그러니 장광설을 늘어놓는 정치인보다 다소 거칠어도 자기 생각이 뚜렷한 후보에게 호감을 갖는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 정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건 논평이었다. 남의 일에 이래라저래라 트집만 잡는 정치, 그러면서 정작 자기 자신은 아무런 정책도 의제도 내놓지 못하는 정치, 이런 기성 정치에 대한 피로감이 임계점에 다다르고 있다. 그렇다면 후보들이 취해야 할 전략은 하나다. 스스로 빛을 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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