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무사 대원들에 정치 글 2만개 작성 지시?
1심 징역 3년 → 2심 “직권남용 아냐” 집유?
대법 “의무 없는 일 지시”... 형량 늘어날 듯
대법원이 이명박 정부 시절 국군기무사령부의 '댓글 공작' 의혹에 관여해 재판에 넘겨진 배득식(67) 전 기무사령관의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직권남용 혐의 대부분을 무죄라고 봤던 원심과 달리 부하 대원들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사실이 인정된다는 게 대법원 판단이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9일 배 전 사령관의 상고심에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대부분에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배 전 사령관은 2011년 3월부터 약 2년간 기무사 대원들로 구성된 온라인 댓글 공작 조직 ‘스파르타’를 운영하면서, ‘여권 지지·야권 반대’ 등 정치 관여 글 2만여 건을 온라인 공간에 게시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2018년 구속기소됐다.
그는 △대통령·정부를 비판하는 ID(닉네임)의 성명·직업 등 정보를 불법 조회하게 하고 △정부 비판 성향인 ‘나는 꼼수다’ 방송 수십 회를 녹취해 보고하게 하고 △정부·여권 지지 성향의 웹진을 제작·배포하도록 대원들에게 지시한 혐의도 받았다.
1심은 “배 전 사령관이 직권을 남용해 부대원들에게 의무가 아닌 일을 하게 했다”며 총 6개 혐의 중 4개를 유죄로 판단, 징역 3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은 1심이 직권남용 법리를 오해했다고 보면서 유죄 혐의 대부분을 무죄로 판단, 징역 8월형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했다. 직무권한을 남용한 건 맞지만, 지시를 받은 대원들의 권리 행사를 방해했다고까지는 보긴 어렵다는 게 판단 이유였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대원들이 배 전 사령관의 직무집행을 보조하는 행위를 한 것에 불과하다고는 볼 수 없다는 점에서 배 전 사령관은 부하 대원들에게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이라면서 ‘정치 관여 글 게시’ 및 ‘웹진 제작·홍보’ 지시 등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아울러 1·2심에서 면소 판단이 내려진 일부 혐의에 대해서도 여러 직권남용 범죄를 포괄해 하나의 범죄로 판단, “공소시효가 완성됐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면소란 공소시효가 끝난 경우 형사소송 절차를 종결시키는 것을 뜻한다.
결과적으로 일부 직권남용 혐의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고, 면소 판단을 받았던 혐의도 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는 판단이 내려지면서 파기환송심 등 향후 재판에서 배 전 사령관의 형량은 늘어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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