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900만 개인주식투자자, 속칭 개미의 시대다. '누구나 공부하고 노력하면 주식 투자로 성공할 수 있다'는 명제가 공리로 통용된다. 주식 안 하면 바보이거나 기회를 잡지 않는 게으름뱅이로 치부된다. "주식과 해외선물투자로 100억 원을 벌어 편하게 공부하며 사는 게 꿈"이었던 저자 역시 개미 대열에 서 있었다.
"아니, 수현아, 개미들은 네 말처럼 절대로 그렇게 많이 벌 수 없다니까?" 한 교수의 말에 그는 개인투자자가 얼마나 합리적인 경제 인간인지 보여주겠다는 심산으로 분연히 서울의 한 개인전업투자자 사무실을 찾아 나선다. 막상 그의 눈앞에 펼쳐진 건 어느 곳에서도 알려 주지 않았던 개인전업투자자들의 안타까운 민낯이었다.
저자는 질문의 방향을 바꾼다. "어떤 배경을 가진 이들이 개미가 되는가. 개미들은 어떻게 돈을 잃고, 그들은 왜 실패에도 불구하고 투자를 멈추지 못한 채 끝내 필패의 질서에 포섭되는가." 매매방 입실자의 책상에 붙여진 매매원칙 십계명, 투자자 명심보감, 인터뷰에 응한 개미들의 경험담, 각종 통계와 밈 등을 통해 답을 찾는다. 2020년대 한국 사회의 가장 솔직한 욕망과 좌절의 이 서사는 저자의 석사 논문에 담겨 온라인상을 뜨겁게 달궜다. 이를 다시 책으로 엮은 저자는 "투자의 밝은 면과 순기능만 부각하는 세계에서 이 책이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했으면 한다"고 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