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대면 편취형 보이스 피싱' 피해자 급등

제주경찰청 전경

제주도에서는 피해자를 만나 직접 돈을 가로채는 '대면 편취형' 전화금융사기(보이스 피싱)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8일 제주경찰청에 따르면 2018부터 3년간 제주에서 발생한 보이스피싱 발생 건수와 피해 금액은 2018년 505건·55억 원, 2019년 565건·95억 원, 지난해 474건·85억 원이다. 올해도 8월말까지 372건에 피해도 72억7,000여만 원에 이른다.

특히 제주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보이스피싱 편취 수법에 대부분을 차지하던 '계좌 이체형'이 감소하는 대신 '대면 편취형'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지난해 보이스피싱 474건 중 계좌 이체형이 210건(44.3%), 대면 편취형이 127건(26.8%)이었지만 올해 발생한 보이스피싱 372건 중 계좌 이체형은 104건(28%), 대면 편취형은 204(54.8%)건으로 대면 편취형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

2019년 제주도내에서 발생한 보이스피싱 565건 중 대면 편취형은 7건(1.2%)에 불과했기에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경찰은 대면 편취형 증가 원인으로 30분 지연 인출 제도와 계좌 지급 정지 제도의 활성화를 꼽았다. 최근에도 피해자를 직접 만나 돈을 가로챈 보이스피싱 조직의 20대 현금 수거책이 구속된 바 있다.

제주동부경찰서는 금융기관을 사칭해 저금리 대출을 미끼로 돈을 가로챈 A(23·여)씨를 앞선 6일 사기 등 혐의로 구속했다. A씨는 지난달 20일부터 2일까지 제주와 천안, 수원에서 피해자 4명으로부터 6,538만 원을 건네받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A씨가 범행 후 탑승한 택시 기사를 탐문하고 폐쇄회로(CC)TV를 분석해 지난 4일 A씨의 주거지인 강원 춘천에서 검거했다. A씨는 현금 수거의 대가로 편취한 금액의 2%가량을 받기로 한 것으로 조사됐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금융기관을 사칭해 저금리 대환대출을 해주겠다며 피해자들에게 전화해 기존 대출금 상환 명목으로 직원을 보낼 테니 현금으로 직접 전달하라면서 현금 전달책을 장소로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경찰청 구슬환 홍보계장은 "올해 상반기에 기동성과 탐문수사에 특화된 '대면 편취형 전화금융사기 추적 수사팀' 11명을 증원했다"면서 "빠른 신고가 최선이며, 보이스피싱이 없어질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경우 기자 gwpark@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