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단 4년 만에 1군 데뷔 시즌을 치르는 롯데 김도규(23)가 불펜에 혜성같이 등장, 팀 상승세에 큰 힘을 보태고 있다.
김도규는 7일 대구 삼성전에서 5회 2사 위기에 등판, 1.1이닝을 피안타와 볼넷 없이 완벽하게 틀어막으며 팀의 역전승과 함께 데뷔 첫 승을 올렸다. 2018년 프로 데뷔(전체 23순위) 이후 4년 만의 승리였다.
김도규는 8일 한국일보와 전화 통화에서 “승리 투수가 되리라곤 전혀 생각 못했는데 타선에서 점수 내면서 행운의 승리를 챙겼다”면서 “형들과 지인들로부터 많은 축하를 받았다”고 말했다. 선발 이승헌이 4이닝 1실점으로 잘 던지고도 5회를 채우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가는 바람에 구원으로 나선 김도규에게 승리가 돌아갔다. 이승헌은 김도규의 입단 동기로 평소에도 “팀 내에서 가장 친한 친구”라고 말한다. 김도규는 “승헌이가 승리를 못 챙겼는데도 내게 ‘첫승 축하한다’고 말해줘서 정말 고마웠다. 나중에 맛있는 것 사 줄 예정”이라며 웃었다.
데뷔 첫 승에 다소 행운이 깃들긴 했지만 최근 김도규의 성적을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올해 초엔 데뷔 경기를 포함한 9경기에서 8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평균자책점이 7.88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올림픽 휴식기 직전인 7월 5일 SSG전부터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됐다. 12경기에서 15.1이닝 동안 3실점뿐이다. 특히 최근 8경기에선 자책점이 없다.
이유가 뭘까? 먼저, 키 190㎝의 높은 타점에서 내리찍는 빠른 공에 힘이 붙었다. 구속이 최고 150.4㎞(평균 145.1㎞)를 찍는다. 여기에 고질병이었던 변화구 제구도 점차 잡아가고 있다. 김도규는 “최근 변화구 제구가 잡히면서 결정구로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타자와 승부할 수 있는 무기가 늘어나니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면서 “안타를 맞더라도 볼넷은 주지 말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선배 구승민(31)의 조언과 관심도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김도규는 “마운드에서 결과가 안 좋았을 때, 승민이 형이 ‘무엇 때문에 안 좋았는지 스스로 고민하고 찾아내라’고 주문한다”면서 “내가 도저히 못 찾으면 옆에서 형이 느꼈던 점을 차분하게 조언해 줬다. 정신적으로 많은 의지가 됐다”라고 전했다.
김도규 등 마운드의 힘을 토대로 롯데는 올림픽 휴식기 이후 12승 7패(2무)를 내달리며 후반기 승률 2위다. 리그 7위인 두산 베어스와는 0.5경기로 격차를 좁혔고, 5위인 NC 다이노스와는 4.5경기 차다. 김도규는 “공을 놓는 릴리스포인트가 높아 다소 찍어 누르는 스타일이다. 여기에 힘이 더 붙으면 타자를 힘으로도 밀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리한 카운트에서 유인구를 좀더 확실히 구사하는 법은 보완해야 한다”고 돌아봤다.
입단 직후 2018년엔 퓨처스리그(2군)에서 47이닝(13경기)을 소화하는 동안 무려 92개의 피안타와 평균자책점 13.60이라는 처참한 성적을 냈다. 빠른공 구속도 140㎞ 안팎에 머물렀고 변화구는 제구가 되지 않았다. 삼진을 35개 잡았지만 볼넷도 32개에 사구도 3개나 내줬다. 반면, 입단 동기인 한동희 이승헌 등은 1군에서 점차 자리를 잡아갔다. 2018 시즌이 끝난 뒤 팔꿈치 수술을 받고 현역에 입대했다. 김도규는 “1년차 때는 초조함이 없었는데 군대 갔다 오니 동기들이 조금씩 자리를 잡고 있었다”면서 “나도 빨리 1군에 올라가 성과를 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했다.
물론 완전히 1군 무대에 자리잡기 위해선 좀더 꾸준함을 증명해야 한다. 래리 서튼 감독 역시 “꾸준함을 보여 준다면 그 선수는 다음 단계로 갈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을 뜻한다. 그건 선수가 보여줘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김도규는 “1군에 올라온 첫해다. 아직 보여드릴 것들이 많다”면서 “언제 어떤 상황이든지 마운드에 올라가서 ‘나의 공’을 던지고 내려오는게 올해 목표다. 꾸준히 잘하는 선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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