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발하면 엄중하게 책임 묻겠다"
문재인 대통령은 8일 박진규 산업통상부 1차관이 최근 산업부 직원들에게 '차기 대선 공약과 관련된 어젠다'를 찾으라고 지시했다는 조선일보 보도와 관련 "매우 부적절하다"며 강하게 질책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참모진 회의에서 보도 내용에 대해 “매우 부적절하다”고 질타하고 “유사한 일이 재발하면 엄중하게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다른 부처에서도 유사한 일이 있는지 살펴보라”는 지시도 내렸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월 청와대 회의에서 대선 경선 레이스가 시작되며 정치의 계절이 돌아왔으나, 청와대와 정부는 철저히 정치 중립을 지키라”고 지시했다.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박진규 1차관은 최근 산업부 일부 직원에게 '대선 공약 어젠다를 발굴하라. (여야의) 대선후보가 확정되기 전에 (우리가)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는 취지의 지시를 내렸다. 산업부는 “국민 눈높이에 맞춘 정책 개발을 모색한 차원”이라고 해명했지만, 정권교체기에 맞춰 다음 정권에 줄대기를 시도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샀다.
산업부 내부에선 대통령의 이례적 엄중 경고를 무겁게 받아들이는 분위기 속에, ‘차기 정권 줄대기’ 의혹의 첫 사례로 꼽힌 점에 대해선 억울하단 목소리도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부는 이날 “국내외 산업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 대응하고자 1차관 주재로 다양한 정책 아이디어 회의를 개최하고 있는 건 맞다”면서도, 보도에서 언급한 박 차관의 지시에 대해선 “새로운 정책 개발 시 국민 눈높이에 맞춰 일자리와 중소기업, 지역경제 등의 정책에서 구체적인 효과가 나타나야 한다는 걸 강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에선 2050 탄소중립, 디지털 전환, 미중 경쟁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국내외 산업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발 빠른 대응을 위한 당연한 준비 과정이란 시각도 있다. 한 내부 관계자는 “향후 국정 과제를 고민하고 준비하는 일은 꾸준히 지속돼 왔고, 다른 부처들도 크게 다르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정치적 중립에 위배되는 일을 하지 말라는 대통령의 메시지를 담담히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누가 외부에 이 같은 내용을 유출했는지 찾아내거나 사안을 확대해석 하지도 않는 상황이지만, 대선을 꽤 앞둔 시점에 ‘줄 대기’라는 의심을 산 부분에 대해선 다소 억울하단 목소리는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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