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실격'부터 '검은 태양'까지 묵직한 작품들 공개하는 방송사
시청자 유입 위해 주말 이례적 편성도 감행
청량함이 가득했던 여름이 지났다. 가을 바람이 불어오니 가벼운 로코물보다 무게감 있는 장르물 드라마들에 더욱 눈이 가게 된다. 인간의 아픔과 상실, 극복을 다룬 '인간실격'과 치정을 다룬 '하이클래스', 첩보 액션물 '검은 태양' 등이 줄줄이 안방극장을 공략한다. 묵직한 스토리와 소재의 드라마들이 가을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가장 먼저 베일을 벗은 것은 '인간실격'이다. 4일 첫 방송된 JTBC 새 주말드라마 '인간실격'은 인생의 중턱에서 아무것도 되지 못했다는 것을 깨닫는, 빛을 향해 최선을 다해 걸어오던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담은 드라마다. 길을 잃은 여자 이부정(전도연)과 청춘 끝자락의 남자 이강재(류준열)가 격렬한 어둠 앞에서 마주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순항을 시작한 '인간실격'은 깊이가 다른 휴먼 멜로의 진수를 선보이는 중이다. 이 배경에는 '천문' '덕혜옹주' '봄날은 간다' '8월의 크리스마스' 등을 연출한 허진호 감독이 있다. 호스트바 선수와 대필 작가이자 아이를 잃은 한 여성의 사연 깊은 만남은 가을밤 서늘해진 공기와 제법 잘 어울린다.
최선을 다해 걸어왔으나 인생의 내리막길 위에서 실패한 자신과 마주하며 삶의 이유를 잃어버린 인물들이 그리는 상실과 불안, 공허와 고독이 묵직한 무게감으로 다가온다.
'펜트하우스'의 빈자리를 채워줄 치정극 '하이클래스'도 있다. 작품은 파라다이스 같은 섬에 위치한 초호화 국제 학교에서 죽은 남편의 여자와 얽히며 벌어지는 치정 미스터리다. 조여정 김지수 하준 박세진 공현주가 주연을 맡았으며 드라마 '에덴의 동쪽' '앵그리맘' '미씽나인' 등으로 세련된 연출력을 인정받은 최병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하이클래스'의 공간적 배경인 제주도의 아름다운 풍경도 볼 거리 중 하나다. 극중 송여울(조여정)이 아들 안인찬(장선율)과 섬 곳곳을 다니는 장면은 마치 풍경화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다만 '하이클래스'는 치정, 학교 폭력, 입시 등 진부한 소재를 이겨내야 하는 숙제도 안고 있다.
한국형 첩보 액션극을 내세운 MBC 새 금토드라마 '검은 태양'도 오는 17일 첫 방송된다. '검은 태양'은 일 년 전 실종됐던 국정원 최고의 현장 요원이 자신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내부 배신자를 찾아내기 위해 조직으로 복귀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정보기관이 배경에 머물렀던 기존 작품들과는 달리 국정원이라는 조직 자체를 집중 조명하면서 추리와 긴장감을 노린다. 아울러 풍성한 액션을 담아 드라마의 높은 완성도를 예고했다. 안방극장에서 보기 드문 한국형 첩보 액션극을 표방하며 장르물의 새 지평을 열겠다는 제작진의 포부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슬기로운 의사생활'부터 '펜트하우스'까지, 여름을 달궜던 드라마들이 저물면서 개성 넘치는 드라마들이 배턴을 이어받게 됐다. 특히 JTBC와 MBC의 경우 상반기 드라마 성적표가 유독 저조하기 때문에 신작에 더욱 사활을 건 모양새다.
방송사들은 가을 드라마의 흥행을 노리고자 드라마 편성까지 변경하는 강수를 뒀다. JTBC는 '인간실격' 시청자들의 유입을 위해 기존 금토드라마 편성을 토, 일로 개편했다. 이와 관련 JTBC 관계자는 "달라진 주말 저녁 생활 패턴을 반영해 최적의 시간대에 가장 적합한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개편을 단행했다. '인간실격'을 시작으로 한 JTBC 토일드라마가 많은 시청자들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MBC도 이례적인 편성을 알렸다. MBC는 기대작 '검은 태양'을 금토드라마에 편성하며 "주말에 드라마 장르의 선택이 집중된다는 점에 착안하여 기존 평일드라마를 주말로 이동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MBC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선보이는 금토드라마 첫 주자라는 점에서 '검은 태양'에 거는 기대감을 알 수 있다.
이처럼 각 방송사의 기대를 건 가을 드라마들 중 마지막까지 승기를 잡을 작품은 무엇일까. 시청자들의 선택에 이목이 집중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