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당시 국군에 피해를 입힌 중공군을 영웅으로 그린 중국영화 ‘1953 금성 대전투’ 수입과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가 7일 공식 입장을 밝혔다. 영화 내용을 이유로 영상물 등급을 보류하거나 거부하는 건 위헌이라는 설명이다.
영등위는 지난달 30일 심의에서 ‘1953 금성 대전투’(원제 ‘금강천’)에 대해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부여했다. 현행법에 따라 비디오물을 제작 또는 배급하고자 할 때에는 영등위로부터 등급분류를 받아야 한다.
이날 ‘1953 금성 대전투’ 등급 부여와 관련해 논란이 일자 영등위는 공식 입장문을 내고 "영상의 소재 또는 내용 등을 이유로 영상물의 등급 분류를 보류하거나 거부하는 것은 헌법에서 금지하는 사전검열에 해당돼 현행 법률이 허용하지 않아 5개 등급으로만 분류하도록 하고 있다"면서 "관련 제도와 규정에 따라 해당 영화를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으로 분류했다"고 밝혔다.
현행 영상물 등급은 전체관람가, 12세 이상 관람가, 15세 이상 관람가, 청소년 관람불가, 제한관람가로 나뉜다. 영등위는 "상영허가와 수입허가, 등급 분류 보류는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폐지됐다"면서 영화 수입과 상영 또는 유통을 막을 권한이 없음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문제는 중국에서 지난해 10월 개봉한 이 영화가 철저히 중국의 관점에서 제작됐다는 점이다. 영화의 배경은 1953년 7월 현재의 북한 지역인 강원도 김화군 금성천 일대에서 벌어진 금성 전투. 한국전쟁 끝무렵에 휴전을 앞두고 우리 군과 유엔군이 중공군을 상대로 벌인 대규모 전투였다. 영화는 미군 폭격기의 공습으로 금강천 교량이 파괴되자 중공군이 사람의 몸을 이용해 끊긴 다리를 이어 붙여 강을 건너는 과정을 그린다. 중공군이 주인공이기에 국군과 미군은 적으로 묘사된다. 수입사인 위즈덤필름 측은 극장 개봉용이 아닌 VOD 판매용으로 이 영화를 수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군에 큰 피해를 입힌 중공군을 영웅시하는 영화가 수입, 개봉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과 유승민 전 의원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영등위가 이 영화에 상영 허가 조치를 했다고 비판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대한민국을 침략한 중공 찬양 영화를 우리 안방에서 보라는 것이냐"며 "영등위는 대한민국의 국가기관입니까 아니면 중국 홍보기관입니까"라고 반문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청소년들에게 침략 전쟁에 가담한 중국 인민군을 영웅으로 묘사한 영화를 보여주는 의도가 도대체 무엇이냐"고 성토했다.
영등위는 영상물의 상영이나 유통을 직접적으로 막을 순 없지만 '제한관람가' 등급으로 제한할 수 있다. 이 등급을 받은 영상물은 지정된 상영관에서만 상영할 수 있고 판매나 유통은 일체 금지된다. 영등위 규정 상 제한관람가 등급은 '영상의 표현에 있어 선정성·폭력성·사회적 행위 등의 표현이 과도해 인간의 보편적 존엄, 사회적 가치, 선량한 풍속 또는 국민 정서를 현저하게 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에 한해 부여할 수 있다. 실제로 '1953 금성대전투'가 이 조건에 해당하는지는 논란의 소지가 있다.
중국 포털사이트 바이두는 '1953 금성대전투'에 대해 "중국 인민지원군 항미원조 70주년을 기념하는 이 영화는 의용군 전사들이 적과 아군의 전력 격차가 현격한 상황에서 피투성이가 된 몸으로 억척같이 싸워나가는 영웅적인 행위를 담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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