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쇳물 쓰지 마라 챌린지' 1주년 맞았지만
누더기 된 중대재해처벌법 허점 보완 요구 높아져
하림 "사랑하는 사람 위해 일하는 우리 다치면 안 돼"
"(중대재해처벌법이) 촘촘하지 않아서 그 틈을 메우는데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그 쇳물 쓰지 마라'가 불릴 필요가 없는 세상이 올 때까지 함께 걱정해 달라."
가수 하림 인스타그램
노래 '그 쇳물 쓰지 마라'를 작곡한 가수 하림은 7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을 통해 '그 쇳물 쓰지 마라 챌린지' 1주년을 기념해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러나 감사 인사보다 앞으로 모두 힘을 모아야 한다는 호소에 무게를 실었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누더기가 된 '중대재해처벌법'의 허점을 보완하려면 이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말이다. 열악하고 위험한 근무 환경에 내몰려 목숨을 잃는 노동자가 더는 나오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함께 손을 잡자고 제안했다.
하림이 부르자고 한 그 쇳물 쓰지 마라는 안전 장치 없이 위험한 업무를 하다가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한 노동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2010년 9월 충남 당진의 한 철강업체의 용광로에서 추락한 20대 노동자의 죽음이 계기가 됐다. 당시 제페토 시인이 이 청년의 넋을 기리고자 그 쇳물 쓰지 마라란 시를 썼다.
지난해 해당 사고 10주기를 기억하자며 콘텐츠 후원 플랫폼 프로젝트퀘스천이 챌린지 캠페인을 진행했고, 하림이 캠페인에 참여하게 되면서 그 쇳물 쓰지 마라는 노래로 재탄생됐다.
챌린지에는 수많은 정치인과 노동 관련 활동가, 연예인들이 참여해 주목받았다.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목숨을 잃은 비정규직 노동자 고(故) 김용균씨의 어머니인 김미숙 김용균재단 대표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의 최민 활동가가 챌린지를 시작했다. 이후 중대재해처벌법 입법에 앞장서 온 장혜영 정의당 의원과 이재명 경기지사도 함께했다.
이밖에 가수 호란, 첼로리스트 홍진호, 포항MBC 임직원 등 1,000명이 참여했다. 포항MBC는 지난해 12월 포스코 공장의 환경오염과 노동자들의 직업병 문제를 제기한 다큐멘터리 '그 쇳물 쓰지 마라'를 방송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입법 취지 훼손됐다는 비판 쏟아져
그 쇳물 쓰지 마라는 올해 초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중대재해처벌법 처리에 큰 힘이 됐다. 장 의원은 정의당이 지난해 10월 중대재해처벌법 처리를 촉구하기 위해 연 기자회견에서 이 노래를 부르기 위해 기타를 쳤다. 장 의원의 기타 연주에 맞춰 정의당 의원과 당원들은 그 쇳물 쓰지 말라를 합창했다.
장 의원과 정의당의 합창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퍼졌고, 하림은 이 영상을 본 뒤 중대재해처벌법 입법 청원을 자세히 보게 됐다고 했다. 챌린지가 중대재해처벌법이 왜 필요한지 세상에 알리는 기폭제가 된 셈이다.
그러나 이들의 호소에도 중대재해처벌법은 입법 논의 과정에서 누더기가 돼 입법 취지를 훼손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위반해 인명 피해가 발생할 경우 사업자와 경영책임자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게 한 법이지만, 중대재해로 규정한 질병의 범위가 너무 좁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인력·예산 확보를 의무화하지 않아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위험의 외주화'를 차단하는 데 역부족이란 비판도 나왔다. 중대시민재해에 적용되는 공중이용시설 범위도 협소해 6월에 발생한 '광주 철거현장 붕괴 참사' 역시 법망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림 "노동자 문제, 얼마나 해결됐나 생각해 본다"
정부는 지난달 23일 해당 법의 시행령 입법예고 기간을 종료했다.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각계로부터 의견을 받았는데, 노동계는 사각지대가 많다며 시행령 보완을 촉구했다.
하림이 챌린지 1주년을 맞이한 날 '노력'과 '걱정'을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림은 "그 쇳물 쓰지 마라가 사람들에게 불리고 1년이 지난 지금 얼마나 문제가 해결됐는지, 세상은 조금 나아졌는지 생각해 본다"며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외쳤다. 그러면서 "우리는 모두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일을 한다"며 "그렇게 일을 하는데 결코 다치면 안 된다"고 마무리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