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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해체가 걱정되는 가족정책

입력
2021.09.08 00: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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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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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출생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27만2,300명으로 1년 전보다 3만300명이나 감소했다. 연간 출생아 수가 20만 명대로 떨어진 것은 사상 처음인데 그 감소추세는 매우 가파르다. 2002년부터 2016년까지 15년간 40만 명대였던 것이 2017년 처음 30만 명대로 내려앉은 뒤 불과 3년 만에 20만 명대까지 추락했다. 합계출산율은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인 0.84명으로 OECD 국가 중 단연 꼴찌다.

출산율에 직결되는 혼인율 하락도 심상치 않다. 통계청이 3월 18일 발표한 '2020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를 의미하는 '조(粗)혼인율'은 4.2건으로 관련 통계를 작성한 1970년 이후 가장 적은 수치다. 혼인 건수도 21만4,000건으로 전년보다 10.7% 줄었는데 통계 작성 이후 가장 적을 뿐만 아니라 2012년 이후 9년 연속 감소 추세라고 한다. 여기엔 코로나19 확산도 영향을 미쳤지만, 결혼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청년들이 점점 더 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결혼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가진 사람의 비율은 2008년 71%에서 지난해에는 55%로 줄었으며, 나이가 적을수록 결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크다고 한다.

요즘 청년들은 왜 결혼도 안 하고 출산도 안 하려는 것일까? 예전에는 결혼과 출산이 당연하게 여겨졌기에 나이가 차면 결혼하고 때가 되면 아이를 낳았지만 이제는 결혼과 출산이 자신의 행복에 도움이 되는지 따지기 때문 아닐까 싶다. 점점 더 개인의 행복을 중시하는 세태, 독신으로도 각종 욕구를 충족하기 쉬운 환경 속에서 결혼과 출산은 크게 위협받고 있다.

왜 결혼을 하냐고 물어보면 대개 '행복하기 위해서'라고 답한다. 하지만 사실 결혼과 출산은 상당한 부담과 위험, 고통을 수반하는 결단이다. 결혼생활을 통해 온갖 치사하고 유치한 감정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 자녀를 키우면서 배반의 감정을 겪지 않은 사람은 인생을 논할 자격이 없다는 말이 있다. 저명한 정신의학자 스캇 팩 박사는 '사랑이란 자신 또는 타인의 정신적 성장을 도와줄 목적으로 자기 자신을 확대시켜 나가려는 의지'라고 정의하였는데, 결혼과 출산이야말로 고통스런 자아의 확대를 수반하는 사랑과 성장의 결단이라 할 수 있다.

결혼과 출산이 크게 위협받는 이 시대의 가족정책이 얼마간의 장려금을 지불하는 것으로 끝나서는 아니된다. 무엇보다 양성평등을 기반으로 결혼과 출산을 응원하고 지원하는 쪽으로 가족정책이 수립되어야 한다. 최근 건강가정기본법의 개정안을 둘러싼 논란이 있었다. 법의 명칭을 '가족정책기본법'으로 바꾸자는 것은 괜찮지만 '혼인·혈연·입양으로 이루어진 사회의 기본단위'로 정의된 가족의 개념(법 제3조)을 삭제한다든지, 혼인과 출산의 중요성을 강조한 조항(법 제8조), 가족해체예방을 위한 가족구성원 모두와 국가의 책무를 규정한 조항(법 제9조)을 없애자는 것은 가족해체를 기정사실화하고 비혼, 비출산을 조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된다. 사랑과 존중, 희생, 책임이 수반되어야 할 가족의 지향점을 '민주적이고 평등한 가족'으로 단순하게 설정한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인구절벽의 시대에 정부와 국회는 가족해체를 막는 가족정책을 수립해야 할 책임이 있다.


김주영 변호사·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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