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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중 작가 "폴 매카트니 사진 13년 간 도맡아… 함께 일하기 너무 힘든 보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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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중 작가 "폴 매카트니 사진 13년 간 도맡아… 함께 일하기 너무 힘든 보스죠"

입력
2021.09.08 19:3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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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매카트니 전속 사진작가 김명중씨

김명중 사진작가.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 제공

김명중 사진작가.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 제공

“폴 매카트니는 함께 일하기 '너무너무' 힘든 보스입니다. 20대 때부터 비틀스 멤버였잖아요. 노래만 잘하는 게 아니라 그림도 잘 그리고 사진도 잘 찍는 만능 엔터테이너죠. 그분의 기준에 맞추는 건 식은땀이 날 정도로 어려운데 그것만 충족하면 아빠처럼 포근한 분이기도 해요.”

사진작가 김명중(49)씨는 비틀스 팬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2008년부터 비틀스 멤버 폴 매카트니의 전속 사진작가로서 활동하며 그를 가까이서 지켜봐 왔기 때문이다. “원래 비틀스 팬은 아니었다”는 그는 우연찮은 기회에 매카트니와 함께하게 됐고 14년째 그의 곁을 지키고 있다. “폴 경(Sir Paul)을 만나러 곧 런던에 갑니다. 딸 스텔라 매카트니의 50번째 생일(9월 13일) 파티를 하거든요. 매년 몇 달씩 함께하다 코로나19로 1년 반이나 못 봤더니 걱정되기도 하고 보고 싶기도 해요.”

최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서울에서 열린 문화소통포럼 2021에서 만난 김 작가는 의도치 않게 사진작가가 됐다고 했다. 대학 입시에 떨어진 뒤 방송국 아르바이트를 하다 “방송국 PD나 영화감독을 하면 평생 재미있게 살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영국으로 영화를 배우러 떠났고, 사진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현지 언론사 인턴기자로 들어가 본격적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사진 에이전시인 게티이미지 유럽지사를 거쳐 프리랜서 사진작가로 일하다 영국 여성 그룹 스파이스 걸스의 사진을 맡았던 경험이 인생을 바꿔놓았다.

“연예인 촬영 중 가장 힘들었던 경험이었어요. 기가 센 여성 5명이 모이니 사진 하나를 놓고도 의견 일치를 이루기가 쉽지 않더군요. 네 명이 마음에 들어도 한 명이 마음에 안 든다고 하면 다시 찍어야 했죠. 그렇게 몇 달 정도를 하면서 살아남았더니 소문이 돌기 시작했나 봐요. ‘MJ, 쟤 영어도 서투른데 스파이스 걸스 다섯 멤버를 모두 즐겁게 해줬대’라고요. 그렇게 해서 만나게 된 게 마이클 잭슨이고, 다시 소개를 받아 폴 경을 만나게 됐죠.”

2013년 '아웃 데어 투어'에서 공연 중인 폴 매카트니. 김명중 사진작가 홈페이지

2013년 '아웃 데어 투어'에서 공연 중인 폴 매카트니. 김명중 사진작가 홈페이지

폴 매카트니가 그의 사진에 늘 만족했던 것은 아니었다. 몇 년간 그의 사진을 늘 찍다 보니 전세기를 타고 전 세계를 누비는 것이 당연한 일상이 됐고 열정도 사라졌던 것. 사진에도 고스란히 드러났던 모양이다. 그는 “어느 날 폴 경이 제게 ‘네 사진이 더 이상 날 흥분시키지 않는데 넌 어떻게 생각하니’라고 물었던 적이 있다”며 “그때 정신 차리고 삶의 태도를 바꾸게 됐다”고 했다. ‘돈과 명예보다 중요한 건 가족’이라는 매카트니의 조언도 자신의 삶에 적잖은 영향을 줬다면서 매카트니를 "은인이자 멘토"라고 했다.

주로 연예인 화보나 광고 사진 등을 찍지만 평범한 사람을 주제로 찍기도 한다. 코로나19로 콘서트가 모두 취소, 연기되자 지난해부턴 국내에서 기업, 관공서 등과 함께 작업하고 있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 의뢰로 서울 을지로 일대 공업소 거리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찍어 세종문화회관에서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그는 “누군가를 따뜻하게 하고 미소 짓게 하는 긍정적인 사진을 찍어야겠다고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며 “디지털 쓰레기가 넘쳐나는 세상에 쓰레기를 더하는 작업은 하지 말자는 결심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영화감독으로도 데뷔했다. 영국 유학 시절 친하게 지내다 영화 프로듀서가 된 일본인 친구가 했던 말 한마디 때문이었다. ‘넌 언젠가 영화감독이 될 거고 난 그 영화의 프로듀서가 될 거야.’ 싱가포르에서 우연히 만난 영화 ‘호텔 뭄바이’ 제작자 마크 몽고메리가 제작을 맡겠다고 나섰다. 1992년 동두천 기지촌에서 살해된 채 발견된 윤금이씨 사건을 모티브로 만든 16분짜리 단편 ‘쥬시 걸’은 지난해 20개에 이르는 영화제에 초청돼 호평받았다. 같은 소재로 장편 영화도 만들 계획이다. 그는 “2023년 촬영을 시작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우아한형제들 의뢰로 김명중 사진작가가 을지로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찍은 사진 중 하나. 이 사진들은 '어이, 주물씨 왜, 목형씨'라는 제목의 사진전으로 전시됐다. 우아한형제들 제공

우아한형제들 의뢰로 김명중 사진작가가 을지로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찍은 사진 중 하나. 이 사진들은 '어이, 주물씨 왜, 목형씨'라는 제목의 사진전으로 전시됐다. 우아한형제들 제공

미국에서 지내는 가족들과 떨어져 국내에서 여러 작업을 진행 중인 김 작가는 자신을 “가족을 부양하고자 책임을 다하는 평범한 중년 가장”이라고 했다. “어중이떠중이명중이가 찍는 게 사진”이라며 자신을 낮추기도 했다. 그가 생각하는 자신의 강점은 뭘까. “제가 자신 있는 것 하나는 인물 사진에 감정을 담는 것입니다. 정신과 의사가 진료하듯 30분 넘게 수다를 떨어요. 이야기를 하면서 찍으면 표정에 진짜 기쁨과 슬픔이 담기게 되죠. 상대의 감정과 공감하며 이를 끌어내는 건 제가 잘하는 것 같아요.”

고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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