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회장 승소에 탄력받은 금융권
"제재 권한 자율에 맡겨달라"며 압박
무리한 요구 지적도...당국 수요 여부 관심
6개 금융협회장들이 금융당국이 가지고 있는 금융사 내부통제 관련 징계 권한을 각 금융사의 이사회에 넘겨달라고 요구했다. 최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내부통제 관련 징계를 놓고 금융당국과 벌인 법정 소송에서 승리하자, 이를 계기로 당국의 감독 권한을 축소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6일 △은행연합회 △금융투자협회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여신금융협회 △저축은행중앙회 등 6개 금융협회장은 이런 내용을 담은 '금융산업 내부통제제도 발전방안'을 공개했다.
방안의 핵심은 내부통제 결함 발견 시 각 금융사 이사회가 중심이 돼 임직원에 대한 징계조치 및 내부통제 개선방안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즉 이사회가 임직원 징계의 주체가 되고, 금융당국은 이사회에 수정·보완을 요청하는 2선으로 물러나라는 뜻이다.
금융협회장들은 금융당국의 역할을 ‘제재 중심’이 아닌 ‘원칙 중심’으로 옮겨달라고도 요청했다. 지금처럼 사후 감독에 집중하기보다는 우수 회사에 인센티브를 주거나, 취약점에 대한 개선방향을 제시하는 등 금융회사가 스스로 내부통제를 강화할 수 있는 유인책을 확대해달라는 것이다.
이들은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내부통제 관련 법안에 대해서도 "제재 사유 등을 명확히 해달라"고 요구했다. 금융협회장들은 “‘실효성’ 등과 같은 주관적 기준이 결과책임으로 남용되지 않도록 삭제해달라”고도 강조했다.
금융권의 이런 요구가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감독당국의 엄격한 제재 방침에도 내부통제 미비로 사모펀드 사태 같은 대형 금융사고가 발생했는데, 자율적 통제로 바뀔 경우 상황이 더 악화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정부 관계자는 “그동안 최고경영자(CEO) 징계를 피하기 위해 전사적 노력을 기울였던 금융사들이 과연 자율적으로 이들에 대한 제재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금감원이 금융권 요구를 어디까지 수용할지도 관심이다. 금감원 내부에서는 “이번 판결은 징계가 과했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지, 징계를 하지 말라거나 잘못이 없다는 게 아니다”는 기류도 만만치 않다. 다만 금융권 CEO 제재를 주도했던 윤석헌 전 원장과 달리, 정은보 신임 원장은 "사후 제재에만 의존해서는 곤란하다"며 금감원의 태도 변화를 예고하기도 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권 요구에 대한 금감원 답변은 손 회장 재판 항소 여부에서 간접적으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감독 조직 특성상 제재 권한을 금융권에 넘겨주거나 하는 식의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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