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기업인 중신궈지(SMIC)가 올 들어 대규모 투자계획을 잇따라 발표하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미국의 강력 제재에 고사할 것이란 시장 예상과 달리 오히려 중국 정부의 전폭적 지지 아래 빠르게 몸집을 불리고 있는 것이다.
반도체 '쩐의 전쟁' 가세
7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SMIC는 최근 상하이 자유무역실험구 린강 관리위원회와 손잡고 상하이에 10조 원 규모 반도체 공장을 신설하기로 했다. 상하이 공장은 SMIC의 현 주력 공정인 28나노미터(10억 분의 1m) 이상 제품 생산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앞서 SMIC는 3월과 8월에도 선전과 베이징에 각각 2조6,000억 원과 9조 원을 들여 반도체 공장을 짓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방정부와 합작해 투자금을 대는 방식이다. 이런 투자 계획을 합치면 올해 SMIC의 투자 프로젝트 규모는 20조 원이 훌쩍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SMIC는 지난해 미국의 제재로 수출 규제 블랙리스트에 오르면서 위기에 몰리는 듯했지만, 오히려 대규모 투자와 공격적 인재 영입으로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2분기 당기순이익은 6억8,800만 달러(7,900억 원)로 1년 전보다 400% 가까이 급등했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 지지와 반도체 수급난으로 인한 파운드리 초호황 덕을 본 것으로 업계는 분석한다.
기술 한계도 뚜렷… "中 반도체 굴기 한계"
중국 정부는 반도체 자립률을 2025년까지 70%로 끌어올릴 목표로 막대한 국가 보조금을 쏟아붓고 있다. 2000년 설립된 SMIC는 중국 반도체 굴기의 선봉장이다. 최대 주주는 정부 기관(지분 11.8%)으로 사실상 국가가 관리하는 기업이다.
하지만 중국이 SMIC를 간판 반도체 회사로 키운다 해도 '반도체 굴기'를 달성하기는 쉽지 않을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미국의 제재를 받는 SMIC는 현재 미국 기술이 들어간 반도체 장비 수입길이 완전히 막힌 상태다.
미국은 여전히 고급 컴퓨터(PC) 칩 제작에 필요한 반도체 장비와 지식재산권(IP) 등에서 절대 강자다. 미국의 장비와 기술 없이 첨단 칩 생산은 아예 불가능하다. 때문에 현재 중국의 10나노 이하 최첨단 공정 개발은 사실상 멈춰 있다. SMIC가 짓기로 한 신규 공장 역시 대부분 28나노 공정이 적용된다. 이미 5나노칩을 상용화한 TSMC와 삼성전자와의 기술 격차가 상당한 셈이다.
비록 SMIC 투자 규모가 역대급이라고 하지만 글로벌 회사에 견주면 미미한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향후 3년 동안 240조 원을 투자하는데, 이 중 상당 부분이 반도체에 투자된다. 업계 관계자는 "SMIC 실적 역시 반도체 공급난에 따른 것이지 고급 칩을 생산해 얻은 결과는 아니다"라며 "투자 규모 역시 많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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