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12명 체포, 시위대·경찰 60여 명 부상
독립의 역사가 담긴 도시 '체티네'서 열린
세르비아정교회 산하 새 수장 취임에 반감
몬테네그로 도시 체티네에서 세르비아 정교회의 새 수장 취임에 반대하는 시위자가 불이 붙은 바리케이드 앞을 걸어가고 있다. 체티네=로이터 연합뉴스
발칸 반도의 소국 몬테네그로에서 해묵은 종교적 갈등이 또다시 정치적 사안으로 번지고 있다. 세르비아정교회(SOC) 정통파 인사가 몬테네그로 대교구를 담당하기로 한 것과 관련, 지난 주말 해당 인물의 취임에 반대하는 격렬한 시위가 벌어진 것이다. 2006년 세르비아로부터 독립한 후 '종교도 분리돼야 한다'는 주장을 두고 쌓여 온 몬테네그로의 내부 갈등이 폭발한 셈이다.
5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부터 이틀간 몬테네그로의 옛 수도이자 가장 인기 있는 해안 도시인 체티네에서는 시위대 수백 명이 도로 길목에 돌벽을 쌓고 불을 지르며 SOC를 향해 분노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경찰은 최루탄 등을 써 가며 강경 진압에 나섰고, 물리적 충돌 과정에서 경찰관 20여 명을 포함해 총 60여 명이 부상했다. 시위대 중 최소 12명은 체포됐다.
사실상 반(反)세르비아를 외친 시위대는 SOC 산하 몬테네그로 대교구장에 오르게 된 요아니키제 주교의 취임식을 막고자 했으나 무위에 그쳤다. SOC 총대주교와 요아니키제 주교 등은 군용 헬리콥터를 타고 취임장에 도착했고, 행사도 예정대로 진행됐다.
몬테네그로의 종교 및 민족 갈등이 새로운 일은 아니다. 옛 유고연방 국가 중 가장 마지막으로 15년 전 세르비아에서 분리·독립한 몬테네그로의 인구(63만 명) 중 세르비아계는 약 3분의 1을 차지한다. 전체 72%가량이 믿는 정교회는 세르비아 산하에 있다. 복잡한 사회구조 속에서 집권당인 사회주의민주당(DPS)이 자국 내 교회 재산을 SOC로부터 몬테네그로 정교회로 이전하는 방안을 2년 전부터 추진하며 종교 독립 논쟁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특히 이번 취임식 장소는 몬테네그로 민족주의자들의 반감을 키웠다. 체티네는 과거 몬테네그로 왕국의 수도로, 취임식이 열린 수도원은 몬테네그로 독립 역사상 의미가 깊은 곳이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몬테네그로 시위대는) 수도원이 아직 SOC 소유인 점도 불만이고, 여기에서 취임식을 연 것은 세르비아의 도발이자 과시라고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분열은 정치권과도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민족주의자 지지를 받는 밀로 주카노비치 대통령은 이번에도 시위대 편을 들었다. 교회가 분리되면 몬테네그로도 세르비아의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이유다. 반면 친(親)세르비아 성향의 즈드라브코 크리보카피치 총리는 이번 시위를 '테러 행위'라며 강력히 규탄했다. 정치학자 베스코 가르체비치는 "양측이 교회를 정치화하고 무기화한 결과가 이번 시위"라고 분석했다.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에서 5일 세르비아 정교회 산하 몬테네그로 대교구장에 취임한 요아니키제(가운데)가 예배를 주재하고 있다. 포드고리차=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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