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서, 집회신고서·고소장 등 민원서식 5종 도입
내용 모른 채 보조인 의존…이젠 직접 파악 가능
한창원 경사 주도…장애인들 "정보 접근 개선 환영"
서울 마포경찰서가 경찰서에서는 처음으로 6일부터 민원실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및 음성 민원서식'을 제공한다. 그동안 시각장애인들은 경찰에 집회신고 및 고소를 위한 서류를 작성할 때 활동보조인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으나, 민원서식이 점자와 음성으로도 제공되면서 스스로 내용과 절차를 구체적으로 알고 민원을 신청할 수 있게 됐다.
이 서비스는 시각장애를 가진 민원인들이 경찰서를 찾아 불편을 겪는 모습을 본 한창원 정보안보외사과 경사의 제안으로 도입됐다. 한 경사는 올해 5월쯤 시각장애인들이 민원실을 방문해 민원서식을 작성할 때 활동보조인이 불러주는 것만 수동적으로 답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목격한 뒤 개선 필요성을 절감했다. 이후 개선 방안을 구상해 경찰서에 공식적으로 의견을 내면서 시행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이번에 도입된 점자·음성 변환 서식은 집회신고서, 고소장, 범죄경력조회 신청서, 정보공개청구서, 성범죄 및 아동학대 관련 범죄전력 조회 요청서 등 5종이다. 제작에는 3개월이 소요됐으며, 한국장애인소비자연맹,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대한안마사협회 등 단체와 협의를 거쳐 결과물이 나왔다. 처음에는 점자만 포함했으나 지난 8월 시각장애인 대상 시범운영 및 의견수렴을 통해 음성도 제공키로 했다.
마포경찰서를 찾은 시각장애인들은 점자 또는 QR코드 인식을 통한 음성안내로 민원서식 내용과 절차를 직접 파악할 수 있게 됐다. 하성준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사무총장은 "지금까지는 민원서식 내용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접근할 수밖에 없었는데, 작성할 때 어떤 정보를 활동보조인에게 이야기하면 될지 미리 인지하고 준비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 변화"라며 "앞으로 대민 업무를 하는 기관에 이런 서비스가 많이 확대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시각장애인들의 기본권 보장과 복지 확대 차원에서도 긍정적 평가가 나온다. 김도형 대한안마사협회 사무총장은 "중증 시각장애인이라 협회에서 집회 신고를 할 때 어떻게 작성되는지 제대로 몰랐는데, 이번에 도입된 서식을 보고서야 내용을 정확히 알 수 있었다"며 "아직 점자로 작성까지 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정보 접근 측면에서 많이 개선됐다"고 말했다.
한창원 경사는 이에 대해 "아직 걸음마 단계라 현장에서 사용해본 민원인들 의견을 들어보고 점진적으로 보완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마포경찰서 측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치안서비스가 전국 경찰관서와 타 부처 행정기관으로도 확대되기를 기대한다"며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세심한 치안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