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도심에 순찰 로봇 투입?
흡연, 불법 행상, 인도 주행 단속?
코로나19 방역, 수질 개선 로봇도
한 남성이 금연 구역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 바퀴가 달린 로봇이 다가온다. 로봇에 달린 카메라가 담배를 입에 물고 있는 남성의 행동 등을 촬영해 통제센터로 전송한다. 몇 초 만에 분석을 마친 로봇이 명령한다. "포장된 인도 같은 금지 구역에선 담배를 피우지 마세요." 로봇을 응시하던 남성이 로봇이 명령하자 황급히 자리를 뜬다. 아이들은 로봇을 졸졸 따라다닌다. 5일 싱가포르 도심에서 벌어진 일이다.
6일 스트레이츠타임스 등에 따르면 순찰 로봇 자비에(Xavier) 두 대가 싱가포르 옛 중심가인 토아파요 지역에서 전날부터 3주간의 시범 활동을 개시했다. 불법 흡연, 불법 행상, 불법 주차, 오토바이 및 전동 킥보드의 인도 주행 등을 토요일을 제외한 매일 두 시간씩 세 차례에 걸쳐 단속한다. 자비에는 바스크어로 '새 집'이라는 뜻이다.
자비에는 공공기관 5곳이 지정한 '바람직하지 않은 사회적 행동'을 단속하도록 설계된 자율 로봇이다. 360도 시야를 확보하고 어둠 속에서도 볼 수 있는 카메라가 장착된 '지칠 줄 모르는 눈' 자비에는 공공장소에서 벌어진 범죄 행위를 실시간으로 해당 공무원에게 알린다. 순찰 현장에선 부적절한 행위를 멈추도록 방송한다. 시범 운영 기간에는 법 집행보다 교육과 불법 억제에 초점을 맞췄다.
자비에는 대형 행사에 등장했던 순찰 로봇 '마타르(Matar)'를 보다 향상시킨 로봇이다. 안면 인식 기능은 없지만 촬영의 안정성을 높였고 분석 체계를 개선했다. 자비에 개발팀은 "우리는 이 로봇에 새로운 생명을 부여하고 기능을 확장했다"며 "국가 심장부에서 사용되는 최초의 로봇"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개인정보는 결과 분석 후 폐기된다"고 덧붙였다.
싱가포르는 '세계 자율 로봇의 수도'라는 자부심이 있다. 여러 종류의 자율 로봇이 이미 활용된 바 있다. 순찰뿐 아니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수질 개선 등 용도도 다양하다.
자비에의 사촌인 마타르는 2019년 국경일과 지난해 대규모 행사, 코로나19 검역소 등에 배치됐다. 작년 5월부터 싱가포르 코로나19 급증 원인으로 지목된 외국인 노동자 기숙사를 순찰하는 임무도 맡았다. 경찰 관계자는 "로봇 덕분에 경찰관이 검역 중인 사람과 물리적으로 가까이 있을 필요성을 줄일 수 있었고, 더 넓은 지역을 감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로봇 말을 더 잘 따르는 경향도 있다"고 부연했다.
강아지처럼 생긴 4족 보행 순찰 로봇 '스폿(SPOT)'도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에 맞춰 싱가포르 공원에 등장했다. 미국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제작한 스폿에는 1m 간격을 유지하는지 감지하는 센서와 공원 방문객 수를 세는 카메라가 달려 있다. 스폿은 "싱가포르가 건강하도록 1m 이상 떨어지세요"라고 방송하며 공원을 돌아다녔다.
꼬마 자동차 모양으로 원래 보안용인 'O-R3'도 지난해 사회적 거리두기 홍보대사로 뽑혀 사람들이 산책하는 저수지 등에서 활동했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격리 시설로 개조된 전시장엔 환자들에게 식사를 전해주는 배달 로봇이 투입됐고, 원격 상담이 가능한 화상 로봇도 배치됐다.
2018년에는 저수지 수질을 실시간 점검하는 로봇 '스완(SWAN)' 8대를 도입했다. 실제 모습도 백조처럼 생긴 스완은 지속 가능한 물 관리를 위해 오염물질 등의 정보를 수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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