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찰기 中 방공구역 거쳐 서해 북상]
①영해 20해리 안으로 접근에 中 신경질
②대만, 동중국해 방향과 다른 정찰 패턴
③韓 SLBM 탐지용? 中 망신살 헛물 켤라

미군 정찰기 RC-135S 코브라볼. 미 공군 홈페이지
미군 정찰기가 사흘 연속 중국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했다. 그런데 비행항적이 특이하다. 중국 본토 방향이 아닌 서해를 따라 북상해 산둥성 인근 해상에서 머문 뒤 돌아오는 패턴을 반복했다. △ADIZ 무력화로 중국을 자극하려는 도발인지 △미사일 발사를 탐지하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목적을 위한 비행인지를 놓고 관측이 엇갈리고 있다.
①신경질 부리는 중국

미군 정찰기 코브라볼의 4, 5일 비행경로. 맨 아래 오키나와 가데나 기지를 이륙해 중국 방공식별구역을 거쳐 서해를 따라 북상했다. 경로 맨 위 산둥반도 남쪽 해상에서 머물며 남북으로 바삐 오간 흔적이 보인다. 한국 태안 발사시험장과 비슷한 위도다. SCSPI 트위터 캡처
중국 베이징대 싱크탱크 남중국해전략태세감지계획(SCSPI)은 5일 “미군 RC-135S 코브라볼 정찰기가 전날에 이어 또다시 오키나와 가데나 기지를 이륙해 산둥성 칭다오 남쪽 해상에서 근접정찰비행을 했다”며 “중국 ADIZ를 가로질러 황해(서해)를 따라 올라오면서 중국 영해기선에서 30해리, 영해에서 20해리(약 37㎞) 안쪽까지 접근했다”고 주장했다. 코브라볼의 비행경로와 중국 영해까지의 최단거리는 지난 3월 25해리, 8월 20해리로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보란 듯 간격을 좁히며 중국의 자존심을 긁는 셈이다.
이에 중국은 “방관해서는 안 된다”며 발끈했다. 군사전문가 쑹중핑은 6일 글로벌타임스에 “중국 ADIZ에 진입한 미 정찰기를 중국 전투기가 추적, 식별해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들어 미 정찰기가 대중 근접비행 강도를 높이자 중국 국방부는 “중국의 안전이익과 지역평화를 해치는 것에 단호히 반대한다”면서 “미 측의 동향을 모조리 파악하며 철저히 감시하고 있다”고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②이전과 다른 정찰 패턴

미군 정찰기 코브라볼의 8월 비행경로.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에 바로 진입해 최단 거리로 날아가 중국 본토를 향하고 있다. 당시 중국 영해 20해리 근처까지 접근하며 중국을 자극했지만 이동경로가 이번과는 상당히 다르다. SCSPI 캡처
중국이 아직 발표하진 않았지만 코브라볼은 6일 오전에도 정찰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사흘 연속 서해로 출격한 것이다. 미군 정찰기가 가까운 대만 인근이나 동중국해로 향하지 않고 서해를 따라 연달아 북상한 것은 이례적이다. 중국이 2013년 동중국해에 일방적으로 선포한 ADIZ를 무력화하려고 굳이 이처럼 멀리 날아갈 필요는 없다. 더구나 코브라볼은 사흘 내내, 비슷한 시간대에, 거의 같은 경로로 정찰임무를 수행했다. 노리는 표적이 확실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코브라볼은 탄도미사일 발사 위치를 파악하고 궤적을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데 특화된 정찰기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징후가 있을 경우 한반도와 일본 열도 사이로 출격해 임무를 수행한다. 북한이 통상 동해로 미사일을 쏘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초에는 일본 이시카와현 북쪽 해상에 머물며 북한의 움직임을 살폈다. 바꿔 말하면 이번 서해 정찰의 목표는 북한이 아니라고 볼 수 있다.
③中 ”염탐 말라” 공언했지만…헛물 켤라

미군 정찰기 RC-135S 코브라볼이 7월 초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징후에 맞춰 비행한 경로. 서해가 아닌 동해상으로 날아가 일본 이시카와현 북쪽 해상에 머물며 북한의 움직임을 살폈다. 비행경로가 남북으로 진하게 표시돼 있는데, 그와 수직으로 북한 원산 부근을 향하고 있다. 코브라볼은 탐지 레이더가 측면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에어나브 캡처
중국 매체와 전문가들은 “우리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탐지하기 위한 미군의 정찰”이라고 평가했다. 지난달 중국은 북서부 사막에서 신형 단거리 미사일 2발을 쐈고, 이달 12일까지 보름간 보하이만에서 군사훈련을 하고 있다.
하지만 북서부 미사일 발사는 이번 비행과 시점이 다르고, 보하이만 군사훈련 장소는 산둥반도 위쪽이어서 코브라볼의 비행궤적과 거리가 있다. 군사소식통은 “보하이만 훈련을 감시할 요량이라면 코브라볼이 더 북쪽으로 올라가 남북이 아닌 동서 방향으로 비행을 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4, 5일 코브라볼은 산둥반도 남쪽 해상에서 남북으로 궤적을 그리며 정찰을 벌였다. 코브라볼의 감시 레이더는 측면에 달려 있어 탐지하려는 미사일 진행방향과 비행항적의 방향이 서로 다르다.
이에 중국이 아닌 한국의 미사일 발사정보를 수집하기 위한 미군의 정찰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은 이달 초 안창호함의 첫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에 나설 예정이었다. 코브라볼이 상공에서 분주히 움직인 해상은 SLBM을 쏠 충남 태안 발사시험장과 비슷한 위도에 위치해 있다. 한국의 SLBM 발사로 확인된다면 중국은 헛물을 켠 셈이다.

시각물_미군 RC-135S 코브라볼 정찰기 비행 경로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