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우주탐사, '과학'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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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우주탐사, '과학'이 없다

입력
2021.09.06 19:00
수정
2021.09.07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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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아
황정아인공위성을 만드는 물리학자

편집자주

우주의 시선으로 볼 때 우리가 숨 쉬는 지구,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인공위성 만드는 물리학자 황정아 박사가 전하는 '미지의 세계' 우주에 대한 칼럼이다.


©게티이미지뱅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내년 예산은 18조6,000억 원이다. 이 중 우주개발에 투자하는 예산은 4,098억 원으로 겨우 2.2% 남짓이다. 9월 1일에 개통된 31번 째 한강다리 월드컵대교의 건설 예산이 7,619억 원이라고 하니까, 한 해 우리나라에서 우주에 투자하는 돈은 한강 다리 반 개를 만들 예산 정도는 되는 셈이다.

리처드 브랜슨과 제프 베이조스의 짧은 우주여행 과정을 지켜보면서, 우리는 언제쯤 우주관광을 갈 수 있을까 하는 푸념이 절로 나온다. 미국의 화성탐사로버인 퍼서비어런스가 암석에 구멍을 뚫고 시료를 채취하는 데 성공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부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우리나라보다 우주개발에 있어서 한참 후발주자인 UAE조차 화성 탐사선을 보내는데, 우리는 왜 아직도 화성은커녕 달조차 못 가고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기는 것이 당연하다.

우리나라의 우주개발은 지금까지 철저히 기술 검증 위주로 진행되어 왔다. 기본적으로 우주로 나가기 위해서 필요한 핵심 기술조차 확보하지 못했던 시절이었으니, 언감생심 과학까지 바라는 것은 무리였던 엄혹한 시절을 지나온 것이다. 우리나라는 ‘우주개발 진흥법’에 의해서 모든 우주 정책과 사업 추진 방향이 결정된다. 우주개발의 로드맵은 제3차 우주개발 진흥 기본 계획을 따르고 있다. 여기에 우주탐사가 적혀 있기는 한데, 우주발사체 기술 확보와 인공위성 활용 서비스에 비해서 우선순위가 한참 밀리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별 1호 발사 이후 30년 동안 우리나라는 한국형 발사체 개발과 저궤도, 정지궤도에 올라가는 실용위성을 개발하는 데 중점을 두고 우주개발을 해왔다. 그나마 소형 과학위성이 근근이 우주과학 탐사를 소소하게나마 이어가며 과학임무의 명맥이 아주 끊어지지는 않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더이상 기존에 만들던 위성을 반복해서 만들고만 있을 상황이 아니다. 전 세계가 뉴 스페이스 시대를 맞아서 경쟁적으로 우주 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미국은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를 통해서 다시 한 번 달에 사람을 보내려 하고 있고, 중국, 일본, 캐나다, UAE 등 전 세계가 화성을 포함한 심우주탐사에 집중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드디어 과학이 주도하는 우주탐사 임무를 시도해 보자는 자성의 목소리가 과학자 커뮤니티에서 먼저 터져나왔다. 우주개발의 대표 기관들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천문연구원, 카이스트 3개의 기관이 심우주탐사연합회를 구성하여 정기적으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심우주탐사연합회의 콜로퀴움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제시되었다. 우리별 1호를 지구로 귀환시키는 임무와 지구자기권과 지구방사선대 탐사, 소행성 탐사, 라그랑주 L4 지점에 위성을 보내서 태양에서 나오는 우주방사선을 연구하는 등 획기적인 우주탐사 임무가 제안되었다.

이러한 아이디어들이 좀 더 구체적인 형태를 갖추기 위해서 과학자와 공학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심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목적(임무)을 제시하고, 공학자들은 수단(기술)을 제시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현재까지 수단이 목적이 되어 왔다. 실현할 기술이 없는 과학적 아이디어만으로는 허무한 공상이 될 뿐이고, 과학적인 임무가 제대로 정의되지 않는 기술만으로는 도전할 가치가 없어진다. 지금부터라도 우주개발에 대한 비전과 균형 잡힌 목표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과학자와 공학자의 소통을 통해서 달성 가능한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 우주 미션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예산이 아니라 인내이다. 반복되는 실패에도 좌절하거나 실망하지 않는 꾸준함이 가장 필요하다.

황정아 인공위성을 만드는 물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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