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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서 내밀린 中 공자학원, 대만이 꿰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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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서 내밀린 中 공자학원, 대만이 꿰찬다

입력
2021.09.05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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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 해외전파기지 美 공자학원 된서리]
①한때 110개 달했지만 올해 30개로 급감
②대만, 美 중국어 센터 단번에 6개로 늘려
③유럽에도 진출, 中과 갈등 파고드는 대만

둥전위안(뒷줄 왼쪽 세 번째) 대만 교무위원회 위원장 등 관계자들이 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 어바인에 개설한 대만 중국어 학습센터 개소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만 중앙사 연합뉴스

둥전위안(뒷줄 왼쪽 세 번째) 대만 교무위원회 위원장 등 관계자들이 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 어바인에 개설한 대만 중국어 학습센터 개소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만 중앙사 연합뉴스


“대만 교사에게 중국어를 배워야 검열과 강압으로부터 자유로운 환경에서 중국어를 익힐 수 있다.”

지난 2월 브렌트 크리스텐슨 미국재대만협회(AIT) 대표의 발언


중국 언어와 문화를 해외에 전파하는 첨병인 ‘공자학원’이 미국에서 된서리를 맞고 있다. 그 빈자리를 대만이 발 빠르게 꿰차면서 중국의 자존심에 생채기가 났다. 경제, 외교, 인권, 코로나로 확산된 미중 갈등이 문화영역으로 전선을 넓히고 있다.

①美 공자학원, 110개→30개 급감

서구 학생들이 중국 공자학원에서 중국어를 배우고 있다. 하이와이왕 캡처

서구 학생들이 중국 공자학원에서 중국어를 배우고 있다. 하이와이왕 캡처


중국이 2004년부터 해외에 설립한 공자학원은 미국에서 한때 110개에 달했다. 전 세계 160개국, 500개 대학으로 세를 불려왔다. 리창춘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이 2009년 “공자학원은 중국의 중요한 해외 선전기구”라며 문화를 넘어선 정치적 성격을 일부 인정할 정도로 기세등등했다.

하지만 2017년 4월 전미학자연합회(NAS)가 “공자학원은 미국 대학에 침투하기 위한 중국 정부의 도구”라는 요지의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여론이 급속도로 악화됐다. 이후 속속 문을 닫았고 지난달 31일 기준 38개로 쪼그라들었다. NAS는 “올해 말까지 9개가 더 폐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내 중국 공자학원 숫자가 30개 밑으로 떨어지는 것이다.

②대만, 美 중국어 학습센터 단번에 6개로 늘려

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해 9월 2일 국무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폼페이오 전 장관은 전날 폭스비즈니스네트워크 인터뷰에서 "미국 대학들 캠퍼스에 있는 모든 중국 공자학원이 올 연말까지 폐쇄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해 9월 2일 국무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폼페이오 전 장관은 전날 폭스비즈니스네트워크 인터뷰에서 "미국 대학들 캠퍼스에 있는 모든 중국 공자학원이 올 연말까지 폐쇄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은 지난해 9월 “공자학원은 중국 공산당의 통제와 자금지원을 받아 간첩활동을 하고 있다”며 “연내 모두 퇴출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자학원은 여전히 미국에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도 중국과 경쟁에 맞서기 위해서는 중국어 전문교육기관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에 대만과 손을 잡았다. 지난해 12월 양해각서를 맺고 공자학원 대신 대만 교사가 가르치는 중국어 학습센터를 만들기로 했다. 미국 내 대만 교사는 7,800여 명에 달한다.

그리고 결실을 맺었다. 지난 1일 로스앤젤레스, 3일 캘리포니아에서 센터 문을 열었다. 현장을 찾은 둥전위안 대만 교무위원회(OCAC) 위원장은 “미국 정부와 합작으로 자유로운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중국이 운영하는 공자학원에 비해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둥 위원장은 3주간 미국에 머물며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워싱턴DC, 뉴욕의 대만 학습센터 개소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쇠락하는 공자학원과 달리 대만은 미국 내 센터를 단번에 6개로 늘린 셈이다. OCAC는 대만 행정원 산하 기관으로 해외 거주 대만인과 화교 대상 업무를 전담하고 있다.

③”중국어는 中 전유물 아냐”…대만의 가로채기

차이잉원(오른쪽 세 번째) 대만 총통이 지난 4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파견한 비공식 대표단과 만나고 있다. 타이베이=로이터 연합뉴스

차이잉원(오른쪽 세 번째) 대만 총통이 지난 4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파견한 비공식 대표단과 만나고 있다. 타이베이=로이터 연합뉴스


동맹의 가치를 앞세운 미국과 대만의 공세에 중국은 곤혹스러운 처지다. 대만은 중국어 학습센터를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에도 설치할 계획이다. 중국이 체제 선전의 수단으로 활용해온 중국어의 이점을 대만이 슬금슬금 가로채는 셈이다.

센터를 유치한 미국 지역 유력인사들은 “대만은 미국과 자유민주주의를 공유하는 핵심 동맹”이라며 잇따라 환영 메시지를 보내 중국을 자극했다. 5일 타이베이타임스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의 태미 김 부시장은 “공자학원은 퇴출됐지만 대만 학습센터가 중국어 교육의 중요한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했고, 페기 황 요바린다 시장은 “새로운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의 젊은 세대가 대만과 중국의 차이를 제대로 알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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