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양군, 무연고 유해 발굴 이달 착수
100여 구 수습 국가 추모공원에 안치
"미군에 희생된 억울한 영령들 추도"
한국전쟁 당시 미군의 폭격으로 피란민 수백 명이 희생된 충북 ‘단양 곡계굴 사건’의 무연고 유해가 국가위령시설에 안치된다.
충북 단양군은 이달 중 곡계굴 사건 무연고 희생자 유해 발굴 작업에 착수한다고 5일 밝혔다. 수습한 유해는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추모시설인 대전 산내평화공원에 안치할 예정이다.
유해 발굴이 이뤄지는 곳은 곡계굴과 인접한 단양군 영춘면 상리 산 9번지와 6-8번지 일원이다. 군은 이곳에 무명 희생자 100여 명의 유해가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곡계굴 사건은 한국전쟁 중인 1951년 1월 20일, 단양군 영춘면 곡계굴에 숨었던 피란민들이 미군에 의해 희생된 참사다. 미 공군이 북한군의 은신처를 폭격한다는 명분으로 네이팜탄을 쏟아부어 굴 안에 있던 피란민 대부분이 숨졌다. 동굴 밖으로 나온 사람들도 미군의 기총 사격으로 죽거나 다쳤다.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50여명은 심한 후유증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 폭격 후 영춘면 희생자의 주검은 웅덩이 등에 숨어 있던 유가족들이 대부분 수습했다. 하지만 다른 지역에서 온 피란민의 시신은 방치됐다가 두어 달 뒤 영춘면사무소가 수습해 이곳저곳에 임시 매장했다. 이들은 영월과 정선, 태백 등 인근 강원지역에서 피란 온 사람들로 추정된다.
이후 1970년대 야산 개발 과정에서 이들 무연고 유해가 현 매장지로 옮겨졌다. 곧 발굴이 시작될 이곳엔 ‘단양 곡계굴 사건 유해 매장지’란 푯말과 작은 시멘트 비석만 놓여 있다.
잊힐 뻔한 곡계굴 사건은 또 다른 피란민 희생 사건인 충북 영동 ‘노근리 사건’이 AP통신에 보도된 이후 세상에 알려졌다. 1999년 희생자 유족들로 꾸려진 대책위는 이 사건의 희생자가 360여 명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 사건은 관련 법률이 제정되지 않아 국가 차원의 희생자 유해 발굴과 추모 사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단양군이 곡계굴 입구에 위령비를 세우고 매년 합동위령제를 지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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