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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문외한이 20조 운용 책임자로...낙하산 배경엔 뉴딜 펀드 지키기 특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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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문외한이 20조 운용 책임자로...낙하산 배경엔 뉴딜 펀드 지키기 특명?

입력
2021.09.03 20:0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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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개편에 무리한 인사...낙하산 논란 확산?
금융권, 뉴딜 사업 위한 인사 의혹 제기
청와대 "검증 기관도 대상도 아니다"...논란 일축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국일보 자료사진

자본시장에서 돈을 굴려본 경험이 전무한 황현선 전 청와대 행정관이 20조 원 규모의 뉴딜펀드 운용 책임자로 낙점되면서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정부 역점 사업인 한국형 뉴딜 사업의 성공을 위해 뉴딜펀드를 운용하는 자리에 정부 의중을 잘 파악하고 있는 '내 사람'을 심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정권이 바뀌어도 사업이 중단되지 않도록, 문 정부 임기 내 최대한 관련 사업 기틀을 닦아놓으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조직 개편해 일부러 선임?...뉴딜펀드 운용이 주 역할

3일 금융권에 따르면 뉴딜펀드 실무를 총괄하는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한국성장금융)은 오는 16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황 전 행정관을 투자운용2본부장과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올린다. 한국성장금융 정관에 따르면 사내이사 임기는 3년 이내다. 황 전 행정관은 해당 안건이 임시 주총에서 통과하면 최대 2024년 9월까지 임기를 보장받는다.

2016년 설립된 한국성장금융은 창업·혁신 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민간 기관이지만 정책금융기관인 한국산업은행, 기업은행 등이 출자해 공적 기구 성격도 갖고 있다. 한국성장금융 인사에 정부 입김이 작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국성장금융의 투자 담당 조직은 기존 투자운용본부 체제에서 지난달 초 민간 투자, 공공 투자를 각각 맡는 투자운용1본부와 투자운용2본부로 개편됐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한국성장금융이 황 전 행정관을 채용하기 위해 2본부장직을 따로 마련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한다.

실제 2본부의 역할을 보면 황 전 행정관과 정부의 연결고리는 더욱 도드라진다. 2본부는 문재인 정부가 지난해 새로운 경제 성장 동력으로 띄운 한국형 뉴딜에 투자하는 뉴딜펀드를 집중 관리한다. 뉴딜펀드는 2025년까지 1년에 4조 원씩 총 20조 원 규모로 조성되는 초대형 펀드다. 정부 3조 원 등 공공 부문이 7조 원의 모펀드를 만들고 민간에서 13조 원을 유치하는 구조다.

'제1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가 2020년 9월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렸다. 문재인 대통령이 화상을 통해 '국민참여형 한국판 뉴딜펀드 조성 방안'을 보고받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제1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가 2020년 9월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렸다. 문재인 대통령이 화상을 통해 '국민참여형 한국판 뉴딜펀드 조성 방안'을 보고받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야권 "뉴딜펀드 유지 미션 받은 것"

금융투자업계는 황 전 행정관이 한국형 뉴딜 사업의 금융지원 미션을 받고 2본부장 자리에 발탁된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경력상 20조 규모의 펀드를 굴리는 자리에 올 사람이 아니다"라며 "낙하산도 정도가 있는데, 정부가 특별한 의도를 가지고 있지 않는 한, 이런 무리한 인사를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차기 정부에서도 뉴딜 사업의 동력을 이어가기 위해 이런 인사를 밀어붙이고 있다는 해석도 내놓는다. 만약 정권이 바뀌면 한국형 뉴딜 사업 자체가 동력을 잃을 수 있는데, 현 정부 임기 내 관련 사업에 최대한 속도를 내면 차기 정부도 이 사업을 전면 백지화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2본부장은 사내이사로서 이사회에서 해임되지 않는 한 3년간 자리를 지키며 뉴딜 사업의 지원군 역할을 계속할 수 있다.

야권 관계자는 "뉴딜펀드는 정부가 사실상 손해를 메워주는 등 문제 많은 사업"이라며 "황 전 행정관은 뉴딜펀드 지킴이 미션을 받은 거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금융권의 이런 의혹 제기에 대해 "청와대가 관여한 일이 아니다"라며 불편한 반응을 보였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한국성장금융과 황 전 행정관은 검증 기관도 검증 대상도 아니다"라며 "특히 전직 청와대 직원이 개인적으로 취업을 한 사안에 대해서 언론에서는 '낙하산' 이런 표현을 한 것은 유감"이라고 반박했다.

박경담 기자
신은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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