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주 '낙태금지법' 시행, 거센 후폭풍]
'법 효력 중단' 가처분 기각한 연방대법원에
바이든 "전례 없는 여성 권리 공격" 직격탄
"연방정부 총동원하겠다" 강경대응 예고도
공화·민주 공방 심화... 중간선거 의제 급부상
미국 보수 진영의 심장부 격인 텍사스주(州)에서 이달부터 낙태(임신중단)를 사실상 전면 금지하는 법이 시행된 것을 두고 미 전역에서 거센 후폭풍이 일고 있다. 결정타는 이를 허용한 법의 효력을 멈춰 달라는 가처분 신청에 대한 미 연방대법원의 ‘기각 결정’이다. 문제의 법은 48년 전 확립된 판례에 반하는 성격이 강한데도, 최고 사법기관이 텍사스주의 손을 들어준 탓이다.
특히 논쟁의 전선은 정치권은 물론, 대통령과 대법원 사이에도 형성됐다. 삼권분립 사회에서 행정부 수반이 연방대법원에 직격탄을 날리는 이례적 상황마저 빚어진 것이다. 진보와 보수 간 이념 갈등이 다시 불붙는 가운데, 내년 11월 중간선거까지 여진(餘震)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연방대법원 결정은 여성의 헌법상 권리에 대한 전례 없는 공격”이라며 맹공을 퍼부었다. 이어 “대법원 때문에 수백만 여성들이 고통받게 됐다”는 날 선 비판도 가했다. 그러면서 “백악관 법률고문실, 보건복지부, 법무부 등을 총동원해 범정부 차원의 정책적·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선언했다. 연방정부와 사법부 간 정면 충돌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앞서 대법원은 전날 밤 텍사스주의 이른바 ‘심장박동법’에 대한 효력 중단 가처분 신청을 대법관 5(기각) 대 4(인용) 의견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태아의 심장 박동이 감지되는 임신 6주 이후 임신중단을 하면 성폭행 등에 의한 임신이었다 해도 예외 없이 처벌한다’는 내용의 해당 법은 애초 예정대로 시행에 들어갔다. 입덧 등 신체적 변화를 느끼는 시기는 임신 9주쯤이라는 점에서, 텍사스주 법은 ‘사실상 임신중단 금지법’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제부터 싸움터는 연방의회가 될 공산이 크다. ‘상위법인 연방법으로 주법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기 때문이다. 낸시 펠로시(민주당) 하원의장은 “20일 회기 시작과 함께 임신중단 권리를 보장하는 ‘여성건강보호법’을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민주당 우위인 하원과 달리, 상원은 민주·공화당이 50석씩 반분하고 있어 시도가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공화당은 한껏 고무된 표정이다. ‘국가가 따라야 할 모범 사례’라며 가속 페달을 밟으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공화당 대선주자 중 한 명인 크리스티 노엠 사우스다코타 주지사는 “가장 강력한 임신중단 금지법을 만들겠다”고 선언했고, 공화당이 장악한 플로리다 주의회도 관련 법안 마련에 착수했다. 텍사스주는 한발 더 나아가, ‘임신 7주 이후 약물 낙태 금지’를 위한 법안도 통과시켰다.
이번 사안은 향후 선거의 핵심 쟁점으로도 급부상하는 모습이다. 뉴욕타임스는 “공화당 우세 지역 출마 후보들은 임신중단권을 공격 수단으로 삼아 상대 후보를 몰아세우며 자신을 ‘최후 방어선’으로 포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장 14일로 예정된 민주당 텃밭인 캘리포니아주의 개빈 뉴섬(민주당) 주지사에 대한 주민소환 투표에서도 유권자들 판단에 중대 변수가 될 수 있다. 뉴섬 주지사는 “불신임 결과가 나오면 텍사스주의 임신중단 금지는 캘리포니아의 미래가 될 것”이라고 ‘소환 반대’를 호소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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