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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북침설 교육' 해직 교사, 32년 만에 누명 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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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북침설 교육' 해직 교사, 32년 만에 누명 벗었다

입력
2021.09.0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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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미군 북침설 발언 교탁 앞자리 학생은 못 들어"
"학생 일부 착각 진술, 수사기관 요구로 진술 가능성"
"개인 의견 표명을 반국가단체 이익으로 볼 수 없어"
강 교사 "허위진술할 수밖에 없었던 제자 아직 고통"

재심을 통해 32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강성호(가운데) 교사가 2일 청주지법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심을 통해 32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강성호(가운데) 교사가 2일 청주지법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업시간에 미군 북침설을 주장한 혐의 등으로 해직과 함께 수감 생활을 했던 50대 교사가 32년 만에 누명을 벗었다.

청주지법 제2형사부(부장 오창섭)는 2일 강성호(59·청주 상당고) 교사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재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불법 체포·구금 중에 작성한 일부 진술, 신문조서, 압수물 등에 증거 능력이 없다”며 “수업시간에 한 발언 중 일부는 개인적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국가보안법 위반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강 교사가 이날 억울함을 벗기까지는 32년이 걸렸다. 1989년 3월 충북 제천의 한 고교에 부임한 그는 그해 4월 1일 수업 도중 “6·25는 북한이 남침한 것이 아니고 미군이 먼저 북한을 침범해 일어난 것”이라고 말한 혐의로 기소됐다. 2주 후 같은 장소에서 북한의 자연경관, 평양시 모습, 김일성 동상 사진을 담은 사진집을 학생들에게 보여주면서 북한을 찬양 고무한 혐의도 추가됐다.

1심 재판부는 그해 10월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해 강 교사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이듬해 항소심은 강 교사의 양형부당 주장을 받아들여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이 상고를 기각하면서 이 선고는 그대로 확정됐다.

강 교사는 김대중 정부가 들어선 1999년에 해직 10년 만에 복직됐으나 ‘빨갱이 교사’라는 주홍글자는 계속 따라다녔다.

강 교사는 2019년 5월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재심을 청구했고, 그해 11월 청주지법은 “당시 수사관들 행위가 불법 체포 감금죄에 해당된다”며 재심청구를 받아들였다. 이 과정에서 강 교사는 법정에서 사실과 다른 진술을 한 제자와 참고인, 당시 수업 자료 등을 찾아 무죄 입증에 나섰다.

재심을 진행한 청주지법은 강 교사 혐의를 모두 무죄로 봤다. 재판부는 “미군 북침설 관련 발언은 학생 일부가 착각해 진술했거나 수사기관이 의도한 대로 과장해 진술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교탁과 가까운 자리에 앉은 학생은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없다고 주장하는 등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북한 찬양 교육 혐의에 대해선 “시사 문제에 관한 개인적 의견 표명 행위가 객관적으로 반국가단체의 이익이 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강 교사는 “당시 정부가 체제를 유지하고 전교조를 와해하기 위해 조작한 사건”이라며 “허위진술을 할 수밖에 없었던 제자들이 아직까지 고통을 받고 있는 점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충북지부는 이날 청주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당시 교육감과 교장 등 교육계 관계자는 강 교사에게 사과하고 국가는 정신적 고통을 보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청주= 한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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