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위원장, 정 원장과 첫 외부 인사 회동
냉랭했던 금융위-금감원 관계 회복 강조
정은보 "손태승 항소, 고민 중"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2일 정은보 금융감독원장과 만나 '한 몸으로' 힘을 합치자고 밝혔다. 은성수 전 위원장과 윤석헌 전 원장 재임 기간 내내 냉랭했던 금융위와 금감원 관계를 복원하겠다는 의미다. 금융권은 금융당국 수장들의 엇박자가 초래한 시장 불확실성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융위, 금감원에 따르면 고 위원장과 정 원장은 이날 오전 회동을 갖고 가계부채, 가상화폐 등 우리 경제와 금융을 둘러싼 여러 위험 요인에 대해 선제 대응을 적극 하기로 뜻을 모았다. 취임 3일차인 고 위원장이 공식적으로 만난 외부 인사는 정 원장이 처음이다. 고 위원장은 3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도 회동을 예고해 보폭을 전방위적으로 넓히고 있다.
고 위원장과 정 원장은 이날 현안에 대해 구체적인 메시지를 내놓는 대신 "획기적인 소통과 협력의 장을 열어 나가겠다"면서 금융위, 금감원이 '원팀'임을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금융위, 금감원이 냈던 불협화음 논란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문재인 정부는 그동안 경제 관료가 주로 맡았던 금감원장에 교수(최흥식·윤석헌) 등을 적극 기용했다. 국정 과제인 금융개혁을 추진하려면 관료 출신은 부적합하다는 인식을 바탕에 뒀다. 정권 차원에서 역할을 부여받은 민간 출신 금감원장의 위상과 권한이 강화될수록 금융위와의 갈등은 불거졌다.
윤 전 원장이 대표 사례다. 그는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금감원 예산과 감독 집행을 독립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은 전 위원장과 나란히 앉은 자리에서 상위 기구인 금융위 지휘를 받지 않겠다고 강조한 셈이다. 은 전 위원장은 곧바로 금감원 예산에 대한 감독이 필요하다고 맞받아치면서 두 금융당국 수장은 충돌했다.
시장은 금융위, 금감원 수장을 모두 관료가 맡으면서 앞선 긴장 관계는 형성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 고 위원장과 정 원장은 행정고시 28기 동기로 1985년 연수원에서 인연을 맺은 '37년 지기'다. 재무부 사무관 시절 한솥밥을 먹고 금융위 핵심 보직인 금융정책국장, 사무처장도 주고 받으면서 경제 관료로 동고동락했다.
고 위원장은 "금감원이 과중한 업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전폭적인 조직·예산 지원을 하겠다"면서 윤 전 원장이 국감에서 제기했던 금감원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 감독 정책을 총괄하는 금융위와 현장에서 감독 업무를 실시하는 금감원의 목소리가 엇갈리지 않아야 금융업계와 금융 소비자도 혼란을 적게 겪는다"면서 "금융당국 투톱에 대한 기대가 과거보다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정 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판매와 관련해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내린 중징계 취소 판결을 두고 "(항소 여부를) 열심히 고민 중이고, 금융위와 잘 협조해 결론 내겠다"고 말했다. 금감원이 손 회장과의 1심 재판에선 졌지만 항소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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