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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 탓, 폭염 탓"…하늘만 바라보다 물가 관리 실패한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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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 탓, 폭염 탓"…하늘만 바라보다 물가 관리 실패한 정부

입력
2021.09.02 17:30
수정
2021.09.02 18:36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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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월 평균 2.0% 상승… 사실상 9년 만의 2%대 물가
'하반기 안정' 자신했지만 '폭염'에 상승폭 더 커져
전문가 "유동성 등 근원적 문제 접근해야"

1일 서울의 한 전통시장에서 장 보는 시민들. 연합뉴스

1일 서울의 한 전통시장에서 장 보는 시민들. 연합뉴스

지난달 소비자 물가지수가 전년 대비 2.6% 상승하면서 올해 들어 최대 상승폭을 다시 썼다. 연초 이후 8월까지의 평균 상승률도 2.0%를 기록하며 2012년 이후 9년 만의 2%대 물가가 가시화되고 있다.

물가 상승이 ‘일시적’이라며 3분기 이후 안정될 것을 장담했던 정부의 전망도 빗나갔다. 정부는 25차례나 회의를 열며 대책을 강구했지만, 실효적인 해답을 못 내놓고 폭염 등 물가 상승을 부추기는 외부 요인이 사라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하반기 안정" 자신했지만 더 높아진 물가

통계청이 2일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8월보다 2.64% 오른 108.29(2015년=100)로 집계됐다.

물가는 4월(2.3%) 이후 5개월 연속 2%대 상승세다. 지난달 물가는 9년 1개월 만의 최대 상승률을 보였던 올해 5월, 7월과 같은 수준인데, 소수점 둘째 자리까지 계산하면 앞선 두 달(5월 2.62%, 7월 2.63%)보다 더 높다.

3분기 물가 안정을 자신해왔던 정부도 민망해진 상황이다. 당초 지난해 8월 이후에는 물가가 회복한 만큼, 올해 8월부터는 기저효과가 덜해져 물가상승폭도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 있었다.

하지만 오히려 8월 물가는 7월과 비교해서도 0.6% 상승하면서 오름세를 확대하고 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농축수산물 등의 가격 둔화 속도가 예상보다 느린 것 같다”며 “수요 측면의 상승 압력이 확대되면서 물가 상승폭이 예상보다 더 커졌다”고 설명했다.

연초 이후 8월까지의 평균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 올랐다. 이 추세면 2012년(2.2%) 이후 9년 만에 처음으로 연간 물가상승률 2%대를 기록하게 된다. 이는 정부의 목표치(1.8%)보다 높은 수준이다. 어 심의관은 “연간 상승률이 2.0% 이하를 기록하려면 네 달간 전달과 비교해 평균 0.1%씩 떨어져야 하는 데 현재로선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 2일 서울 송파구 가락동 농수산물 도매시장을 방문해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뉴스1

이억원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 2일 서울 송파구 가락동 농수산물 도매시장을 방문해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뉴스1


25차례 회의 열었지만… 날씨만 바라본 정부

정부는 연초 이후 25차례나 차관급 회의(물가관계차관회의)를 열었지만 물가를 잡는 데는 실패했다. 정부는 수입 곡물에 대한 할당관세, 계란 수입 등으로 공급 부족에 대응하려 했지만 마땅한 대안이 되지는 못했다.

계란만 해도 홍남기 부총리가 지난달 “1월 이후 처음으로 6,000원대에 진입했다”고 알렸지만, 여전히 지난해 12월 31일 가격(특란 30개 기준 5,862원)보다 이달 1일 가격(6,741원)이 15% 더 높다.

정부는 한파(1, 2월), 폭염(7, 8월) 등 날씨 문제, 기름값 등 대외적 문제가 해소되기만을 기다릴 뿐이다. 물론 여전히 물가상승률의 절반 이상은 농축수산물 가격과 기름값의 몫이다. 농축수산물과 석유류 가격이 끌어올린 물가는 1.48%로, 지난달 물가상승률의 56.1%를 차지한다.

하지만 이 같은 ‘공급 측 요인’이 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월 68.3%를 정점으로 매번 줄어들고 있다. 그 사이 계절적 요인이 큰 품목을 제외한 ‘근원물가’(농산물·석유류 제외지수)는 1.8%까지 높아졌다. 이제는 유동성 관리 등 근본적인 측면의 물가 관리가 중요해진 시점인 것이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그동안의 물가 관리가 식료품 등 공급 측면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는데, 근본적으로는 유동성 확대 문제가 큰 만큼 접근을 바꿔야 한다"며 "최근의 기준금리 인상이 물가 상승이 거세지지 않게 하는 효과는 있겠지만 한계가 있는 만큼 연내 추가 금리인상을 고민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세종 = 박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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