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투' 규모 25조 원에 육박?
빚투 줄지 않았지만, 불안감 팽배
대출 금리는 높아지고 경기 둔화 가능성도
기준금리를 인상한 한국은행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주식 ‘빚투(빚내서 투자)족’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일부 증권사들이 신용거래융자 금리를 올릴 준비를 하고 있는 데다, 뚜렷한 악재가 없는 데도 국내 증시가 장기간 횡보하며 추가 하락 위험성을 높이고 있어서다.
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24조9,206억 원이다. 지난 18일 사상 최대 규모였던 25조6,112억 원과 비교하면 소폭 감소한 수준이지만 여전히 '역대급'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1년 전(16조 원)과 비교하면 8조 원이나 많은 수준이다.
증권업계는 한 차례 기준금리 인상으로는 증시에 큰 악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학습효과 등으로 빚투 규모가 당장 줄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2010~2011년 당시에도 기준금리는 총 5차례(1.25%포인트) 상승했는데 코스피는 3차례 상승될 때까지 큰 폭으로 올랐었다.
고점에서 물린 개인투자자들이 손실을 감내하며 버티기에 들어갔기 때문에 빚투 규모가 줄지 않고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반도체 전망 악화로 단기간에 주가가 크게 떨어진 만큼, 손절 매도로 대응 못한 개인투자자들이 많다"며 "올해 주식을 시작한 초보 투자자들은 장기간 강세장에 익숙해 막연하게 주가가 다시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개인투자자들의 기대와 다르게 주요 경기 지표는 향후 경기 회복 속도가 둔화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이 경우 하반기 기업 실적 역시 크게 꺾일 수 있어 증시에는 악재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통계청 경기순환시계에 따르면, 주요 10개 지표 중 수입액을 제외한 8개 지표가 '상승'에서 '둔화'로 이동하고 있다. 특히 수출액은 이미 둔화 국면에 접어든 상황이다.
빚투족들의 이자 부담은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증권사들은 시중금리에 회사별 가산금리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최종 금리를 책정하고 있는데, 한은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시중금리가 상승하면서 인상 요인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향후 한은이 하반기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금리부담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일부 증권사들은 이달 신용거래융자 금리를 동결한 상황이지만, 추가 기준금리 인상이 현실화될 경우 추가 상승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신용거래융자 금리는 시중은행의 신용대출과 달리 금리가 연 5~9%에 달할 정도로 이자 부담이 크다. 증권업계는 이들이 지불하는 이자 규모가 1조8,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이미 경기가 둔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어 머지않아 실제로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주가가 오르기 힘든 상황에서 돈까지 빌려 투자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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