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시위·집회 금지 2년
쪼개기, 차량, 걷기 운동까지
경찰·방역당국 해산 조치에?
"백화점·지하철 더 많아" 반발
집결 막아야 하는 경찰도 '난감'
"무조건 금지보다 절충안 필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집회·시위를 강행하려는 측과 봉쇄하려는 경찰의 갈등이 빈번해지고 있다. 지난해 광복절 집회에 따른 코로나19 대유행 탓에 방역을 우선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코로나 상황을 감안한 '쪼개기 집회' '걷기 운동' 등 변형된 집회는 늘어나고 있다. 경찰과 지방자치단체 등 방역당국은 변형 집회에 대해서도 엄정 대응한다는 방침이지만, 집회의 자유를 무조건 제한할 수도 없어 난감해하고 있다.
걷기 운동, 쪼개기 시위... 합법성 담보가 목적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에선 1인 시위를 제외한 모든 집회가 금지된다. 수도권에선 지난 7월 12일부터 4단계가 두 달 가까이 시행되고 있다. 그럼에도 서울 도심에선 대규모 인원을 동원하는 집회가 다양한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주최 측은 대규모 집회·시위의 위법성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거리두기나 인원 제한 준수 등 합법의 형식을 갖추고 모인다. 최근 눈에 띄는 형태는 '걷기 운동'이다. 참가자들이 같은 옷을 맞춰 입거나 요구 사항이 적힌 피켓을 들고 걷는 형태로, 거리를 오가는 일반 시민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게 주최 측 설명이다.
'걷기 운동' 방식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이끄는 국민혁명당의 광복절 집회를 통해 알려지면서 다른 단체들도 따라하고 있다. 강력한 거리두기 조치가 지속되면서 존폐 위기에 놓인 자영업자들은 지난달 21일부터 주말마다 걷기 운동을 진행 중이다. 이들은 검은색 옷과 마스크 등을 맞춰 착용해 항의의 뜻을 드러내고 있다.
참가자 다수가 시위를 쪼개 신고한 뒤 현장에서 집결하는 '쪼개기 시위'나, 차량을 이용해 단체행동을 하는 '차량 시위'도 꾸준히 등장한다. 지난 7월 3일 진행된 민주노총의 전국 노동자대회도 당초 쪼개기 형식으로 계획됐고,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는 오는 8일 전국 자영업자 3,000여 명이 참여하는 심야 차량시위를 계획 중이다.
막긴 막아야 하는데... 경찰도 '난감'
경찰과 방역당국은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대규모 집회에 대한 전면 금지 기조를 유지한 채 사법 조치까지 경고하고 있다. 주최 측이 인원 제한 준수 등 합법적 시위라고 주장해도 방역 위험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법원도 1인 시위 모양새를 갖췄더라도 △참가자 수 △참가자 간 내적 유대관계 △시위 목적 등을 종합했을 때 다수의 위력이나 기세를 보일 경우 이를 시위로 판단하고 있다.
반면 집회·시위 자유를 강조하는 이들은 대형마트나 공연장 등 사람들이 밀집한 공간의 출입 제한은 느슨한데, 유독 집회·시위만 강하게 통제한다고 반발한다. 지난 3월 1일 보수단체의 대규모 집회가 예고됐던 광화문 일대에는 비가 쏟아져 참가자가 많지 않았지만, 인근 교보문고나 새로 문을 연 여의도 백화점에선 인파가 몰렸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이런 상황을 언급하면서, 정부의 집회·시위 제한 조치를 '정치 방역'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대규모 집회·시위를 차단해야 하는 경찰도 난감해하고 있다. 서울의 한 경찰서 경비과장은 "집회장소에선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기 때문에 (비말이 튈 가능성이 있어) 위험한 게 분명하지만, 시위대가 '지하철에선 코로나에 안 걸리냐' '백화점에는 사람이 더 많지 않냐'고 항의하면 솔직히 제대로 답하기 어렵다"면서 "명확한 기준이 없어 원론적 얘기만 한다"고 토로했다.
법률 전문가들은 집회·시위의 자유와 생명권이란 기본권을 절충할 수 있는 방법을 정부가 찾아야 할 때라고 조언하기도 한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용우 변호사는 "기본권이 충돌할 때는 조화롭게 행사되도록 해야지, 무조건 차단하는 것은 위헌적 발상"이라며 "집회 때 손 소독·거리두기·발열 체크 기준을 세우고 이를 준수하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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