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발의된 공연법 개정안 통과 전망에 낙관론
공연법 일부개정법률안 내용. 그래픽=송정근 기자
국내 공연시장 매출의 70~80%를 차지하는 뮤지컬을 법적으로 독립된 하나의 장르로 격상하는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다. 뮤지컬업계의 오랜 숙원과제로 관련 산업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와 지원을 가능하게 만드는 첫 단추라는 평가다.
1일 국회와 공연계에 따르면 지난 3월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 대표발의로 공연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제안돼 지난 6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상정됐다. 현재 소위원회 논의를 기다리는 중이다. 법안 골자는 현행 공연법상 공연에 관한 정의를 일부 수정하자는 것이다. 이 법의 제2조 제1호는 '공연'을 '음악·무용·연극·연예·국악·곡예 등 예술적 관람물을 실연에 의하여 공중에게 관람하도록 하는 행위'라고 정의하고 있는데, 개정안은 연예와 국악 사이에 뮤지컬을 추가했다. 예시 규정에 뮤지컬을 별도로 표기함으로써 독립된 장르로 구분하자는 것이다.
법안의 제안 이유는 '뮤지컬을 공연산업의 한 분야로 독립적으로 정의하여 향후 뮤지컬 지원사업의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다. 발의자 16명의 명단에는 김 의원을 비롯해 대구를 지역구로 둔 의원들이 대거 동참했다. 대구는 매년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을 개최하는 등 뮤지컬 산업의 거점 도시로 통한다.
공연 장르별 매출 현황. 그래픽=송정근 기자
뮤지컬은 공연 시장의 주축이지만, 정작 법적으로는 연극의 하위 장르로 치부돼 왔다.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운영하는 공연예술통합전산망의 1~8월 통계에 따르면 뮤지컬 장르 매출(티켓 판매 기준)은 1,263억2,958만여 원으로, 전 장르 매출의 78%를 차지했다. 연극(145억3,837만여 원ㆍ9%)의 9배에 가까운 규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하기 전인 2019년에도 뮤지컬 매출은 공연 시장의 70%를 점했다.
얼핏 개정안은 선언적인 의미로만 보일 수 있지만 실익이 있다. 김승수 의원실 관계자는 "국내 뮤지컬 시장의 위상에도 불구하고 기초연구가 부족하다 보니 체계적인 통계자료조차 드물다"며 "독립 장르로서 법 조항이 생기면 연구용역 등 관련 사업이 추진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다"고 설명했다.
산업 육성 차원에서도 고무적이다. 뮤지컬은 순수예술과 문화산업의 요소가 혼재하다 보니 오히려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박병성 월간 공연전산망 편집장은 "연극, 음악, 무용 등이 결합된 복합예술인 뮤지컬은 콘텐츠 성격과 제작비 규모 면에서 다른 순수예술과는 큰 차이가 있다"며 "독립 장르화는 뮤지컬의 산업적인 측면을 제고하고 인프라 지원을 강화하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뮤지컬업계 입장에서는 일종의 헌법이 생기는 셈이어서 법안 추진을 적극 환영하고 있다. 이종규 한국뮤지컬협회 이사장은 "국내 뮤지컬 시장의 경제적 규모는 연간 4,000억 원에 이를 정도로 성장했고, 부가가치 창출 효과도 크다"면서 "최근에는 국산 창작뮤지컬의 해외 수출까지 활발해진 만큼 장기적인 발전을 위한 시발점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현실에 부응하듯 개정안 통과도 희망적이다. 지난 6월 문회체육관광위원회는 검토보고서를 통해 "뮤지컬은 우리나라를 문화콘텐츠 강국으로 발전시킨 성장 주역중의 하나로, 중요성을 고려할 때 바람직한 입법조치로 보인다"고 밝혔다. 정부도 낙관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연극 등 다른 업계를 상대로 의견을 청취한 결과 특별한 반발이 없었다"며 "통과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공포 이후 3개월 뒤 시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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