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에게 경영권 물려주지 않겠다”더니
‘무리한 요구’ 핑계로 매각기한 넘겨
"장·차남 임원직 유지, 미래 경영권 등 요구" 관측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5월 4일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에서 '불가리스 사태'와 관련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위해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남양유업 매각이 사실상 무산됐다. 남양유업이 5월 사모펀드 한앤컴퍼니(한앤코)와 맺은 주식매매계약 대금 지급기한(31일)까지 계약을 이행하지 않으면서 매각 절차는 결국 양측의 소송전으로 치닫게 됐다.
31일 한앤코 측은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남양유업이 오늘까지도 계약 이행과 관련한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고 있다”며 “이는 명백한 주식매매계약 위반이므로 법적 조치를 포함한 모든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한앤코는 이달 2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계약이행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무리한 요구’ 무엇? 추측만 무성
한앤코 측은 하루 전인 30일 입장문을 통해 “매도인 측의 이유 없는 이행 지연, 무리한 요구, 계약해제 가능성 시사로 인해 소송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한앤코 측에 내건 ‘무리한 요구’가 무엇인지 여러 추측이 나온다.
한앤코 측은 이에 대해 “계약종결 조건과 무관한 개인적 요구나, 홍 회장 일가 이익을 위해 남양유업에 부담을 주는 요구 조건이 있었다”면서 “그 내용이 무엇인지 밝히는 데 대해 홍 회장 측이 ‘계약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어서 말하기 적절치 않다”고만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홍 회장이 두 아들의 직을 유지해주는 것을 계약이행 조건으로 내걸었다는 데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지난 4월 보직 해임됐던 홍 회장의 장남 홍진석 기획마케팅총괄본부장(상무)은 5월 26일 전략기획 담당 상무로 복직했고, 차남 홍범석 상무도 미등기 임원으로 승진한 것이 근거로 거론된다.
또 추후 한앤코가 남양유업을 되팔 때 홍 회장 측에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보장해 줄 것을 요구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매각 계약 이후, ‘오너 리스크’가 잦아들면서 남양유업 주가가 뛰자 홍 회장이 마음을 바꿨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불가리스 사태’→불매운동→매각 시도→매각 무산
앞서 홍 회장은 5월 4일 이른바 ‘불가리스 사태’에 책임을 지고 회장직을 내려놨다. “자식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밝히며 고개를 숙였다. 남양유업은 올해 4월 자사 불가리스 제품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77.8% 저감하는 효과를 확인했다고 발표해 주가가 뛰고 불가리스 판매량이 급증했지만, 해당 연구가 임상이나 동물시험을 거치지 않은 것으로 밝혀지면서 불매운동의 타깃이 됐다.
이후 같은 달 27일 한앤코와 주식양도 계약을 맺고 8월 31일까지 매각대금을 지급하겠다고 공시했지만, 임시주총에서 매각 관련 안건 논의 일정을 9월 14일로 일방 의결하면서 ‘매각무산설’이 나오기 시작했다. 남양유업은 2013년에도 ‘대리점 갑질 사태’로 불매운동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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