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허파만으로는 숨 쉬지 못한다

입력
2021.08.31 20:00
25면
0 0
엄창섭
엄창섭고려대 의과대학 교수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우리 몸을 이루고 있는 장기 중 생명을 유지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것일까? 어떤 사람이 살았는지 죽었는지를 확인하려면 심장이 뛰는지, 숨을 쉬고 있는지를 제일 먼저 살펴보아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이것을 보면 생명 유지에는 심장과 허파가 제대로 작동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심장과 허파의 움직임을 우리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을까? 누구도 자신의 의지대로 심장을 멈추게 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안다. 그런데 숨 쉬는 것은 어떤가? 완전히 숨을 쉬지 않도록 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짧은 시간 동안 숨을 참는 것은 가능하다.

필자가 학생이었을 때 체육 시간에 수영을 배운 적이 있는데, 물에 뜨기도 어렵고, 헤엄을 치는 것도 어려웠지만 정말 어려웠던 것은 수영하면서 숨을 쉬는 것이었다. 숨만 쉬려고 하면 물속으로 가라앉는데 정말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실기 시험을 치러야 했을 때 필자는 숨을 깊게 들이마신 상태로 물에 뛰어든 후 숨을 쉬지 않고 수영을 하여 무난히 좋은 점수를 받았던 기억이 있다.

심장박동은 마음대로 멈출 수 없는데 숨은 어떻게 참을 수 있을까? 심장을 이루고 있는 근육은 자율적으로 일정하게 수축하면서 피를 받아들이고 뿜어낸다. 일정하게 수축을 반복하고 있다는 점이 의식적으로 수축을 조절할 수 있는 보통의 뼈대 근육과 다른 점이다.

숨을 쉬는 것은 공기가 허파 속으로 들락거리는 현상을 말하는데, 심장처럼 허파가 자기 힘으로 수축하고 이완해서 공기를 밀어내고 빨아들이는 것이 아니다.

숨을 들이쉴 때는 갈비뼈 사이에 있는 근육이 수축하면서 갈비뼈를 위로 잡아당긴다. 동시에 가슴과 배 사이를 가로지르고 있는 가로막도 수축하는데, 가로막은 위로 볼록하게 휘어있어 수축하면 아래쪽으로 내려간다. 갈비뼈가 위로 올라가고 가로막이 아래로 내려가면 가슴이 커지게 된다. 허파는 가슴 속에 있기 때문에 가슴이 커지면, 그에 따라 같이 커진다. 가슴 속의 공간이 커지면서 가슴 속의 압력이 원래보다 낮아지게 되고, 그 압력차 때문에 공기가 허파 속으로 빨려 들어오게 된다. 숨을 내쉴 때는 반대로 바깥갈비사이근과 가로막이 이완하여 갈비뼈는 내려오고 가로막은 위로 올라가게 되어 가슴이 작아진다. 결과적으로 가슴 속의 허파 크기가 작아지면서 속에 있던 공기를 밀어내게 된다.

이렇게 보면 숨을 쉬는 것은 허파의 용적이 커지고 작아지는 현상이지만, 허파가 제대로 늘어나고 줄어들기 위해서는 바깥갈비사이근이나 가로막과 같은 근육들이 제대로 일을 해야만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생명을 유지하는 데 제일 중요하다고 여기는 장기 중에는 심장처럼 스스로 움직이는 것도 있지만 허파처럼 도움을 받지 못하면 제대로 일도 할 수 없는 것도 있다. 스스로 일을 하든 남의 도움을 받아 일하든 피를 제대로 순환시키고 숨을 제대로 쉬게 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미군이 철수하고, 탈레반이 점령하면서 혼란의 도가니로 변한 아프가니스탄에서 여러 나라가 자국민과 생명의 위협을 받는 아프가니스탄 국민을 피란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수송기를 보내 현지에서 우리나라가 수행하던 사업에 도움을 주었던 아프간인 조력자를 우리나라로 대피시켰다.

아무리 완벽한 시스템이라 해도 누가 그것을 어떻게 운용하는가에 따라 성능과 결과가 달라진다. 비행기만 보낸다고 사람을 구조해올 수 없고, 완벽한 시스템을 갖추었다고 일이 저절로 되는 것은 아니다. 근육이 제대로 일을 하지 않으면 허파가 있더라도 제대로 숨을 쉴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우리는 과거 잘살기 위해서 노력했고 부강한 국가를 만들었다. 자유와 정의로운 삶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여 민주주의를 쟁취했다. 그 결과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멋진 나라, “허파”를 만들었다. 우수한 성능의 건강한 허파를 만든 것으로 만족할 것인가? 아니면 애써 만든 허파를 제대로 작동시켜 편하게 숨을 쉬게 할 것인가?

엄창섭 고려대 의과대학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