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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정리엔 임금님 요양지, 대청호 언덕엔 대통령 휴양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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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정리엔 임금님 요양지, 대청호 언덕엔 대통령 휴양지

입력
2021.08.31 17:00
수정
2021.08.31 17:18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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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내수읍 초정행궁과 문의면 청남대

1983년부터 20년 간 대통령 별장이었던 청남대의 대통령기념관 앞 연못. 현재 청남대는 다양한 수목이 어우러져 사계절 내내 아름다운 대규모 정원이다.

1983년부터 20년 간 대통령 별장이었던 청남대의 대통령기념관 앞 연못. 현재 청남대는 다양한 수목이 어우러져 사계절 내내 아름다운 대규모 정원이다.

현재는 청주시, 옛 청원군에는 조선시대 임금님 요양지와 대한민국 대통령 휴양지가 함께 있다. 내수읍 초정리는 세종대왕이 1444년 봄가을 두 차례에 걸려 121일 간 머물렀던 곳이다. 초정약수로 안질과 피부병을 치료하기 위해서였다. 성종 때 지은 ‘동국여지승람’에 ‘초수(椒水)는 그 맛이 후추 같으면서 차고, 그 물에 목욕을 하면 병이 낫는다. 세종과 세조가 일찍이 이곳에 행차한 일이 있다’고 기록돼 있다.

초정리에는 일제강점기부터 탄산음료공장이 세워지기 시작해 현재는 목욕과 숙박시설, 음식점까지 우후죽순 들어선 상태다. ‘세계 3대 광천수’라는 홍보가 무색하게 주변 환경이 어지러워 관광지라 말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그나마 지난해 세종대왕이 머물렀던 초정행궁을 복원해 일부 정돈된 모습을 갖췄다. 1448년 3월 전소돼 흔적을 찾을 수 없고, 행궁에 대한 자세한 기록도 남아 있지 않으니 옛 모습 그대로라 하기는 어렵다. 편전과 침전 등으로 궁궐의 틀을 갖췄지만 대체로 관광객을 위한 시설로 봐야 한다. 수라간에서는 궁중음식을 체험할 수 있고, 족욕을 할 수 있는 초정약수 체험관도 있다(현재 코로나19로 폐쇄).

지난해 새로 세운 초정행궁의 편전. 초정행궁은 세종이 121일간 머물렀던 곳이다.

지난해 새로 세운 초정행궁의 편전. 초정행궁은 세종이 121일간 머물렀던 곳이다.


초정행궁의 초정약수 원탕. 행각 안에 우물이 있지만, 유리 뚜껑이 덮여 안을 볼 수 없다.

초정행궁의 초정약수 원탕. 행각 안에 우물이 있지만, 유리 뚜껑이 덮여 안을 볼 수 없다.


초정행궁은 관광객을 위해 초정약수 체험과 숙박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초정행궁은 관광객을 위해 초정약수 체험과 숙박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행궁 한쪽에는 초정약수 원탕이 있다. 별도로 지은 건물(행각) 안에 둥그렇게 벽을 쌓은 대형 우물이다. 탄산수가 퐁퐁 솟는 모습을 기대했지만, 두꺼운 반투명 유리로 덮여 있어 안이 보이지 않는다. 세종대왕의 애민정신을 느끼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랠 수밖에 없다. 치료와 휴양을 위해 먼 길을 행차했지만, 세종은 이곳에서도 온전히 쉬지는 못했던 듯하다. 훈민정음을 창제한 해가 1443년이고, 실제 사용해 보고 다듬은 후 반포한 게 1446년이었으니 초정리에 머무는 동안은 마무리 작업에 힘을 쏟은 때였다.

약 600년의 시간이 흘러 문의면 대청호반에는 대한민국 대통령의 휴양지 청남대가 자리 잡았다. '남쪽에 있는 청와대'라는 뜻으로 전두전 전 대통령 시절인 1983년부터 대통령의 공식 별장으로 이용되다가,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기간인 2003년 4월 일반에 개방됐다.

깔끔하게 정비된 청남대 잔디밭에 대형 봉황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깔끔하게 정비된 청남대 잔디밭에 대형 봉황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청남대 본관으로 들어서면 샹들리에 조명 아래 접견실이 있고, 대형 창문으로 분수가 보인다.

청남대 본관으로 들어서면 샹들리에 조명 아래 접견실이 있고, 대형 창문으로 분수가 보인다.


들어가는 길이 하나밖에 없고, 전체 면적이 184만4,000㎡에 달해 당장 청와대를 옮긴다 해도 부족하지 않을 정도다. 튤립나무 가로수가 터널을 이루고 있는 진입로를 지나 경내로 들어서면 본관을 중심으로 골프장, 그늘집, 헬기장, 양어장, 오각정, 초가정 등의 시설이 포진해 있고, 13.5㎞의 산책로까지 갖췄다. 100여 종 5만2,000여그루의 조경수와 130여 종의 꽃이 있어 사계절 아름다운 정원이다.

꼼꼼히 둘러보려면 하루가 모자랄 정도인데, 관람객이 빠지지 않고 찾는 곳은 대통령기념관이다. 1층에는 역대 대통령의 기록화를 전시 중이고, 아래층은 청와대 체험관이다. 집무실과 브리핑룸에서 대통령처럼 포즈를 취하며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고, 둘이라면 정상회담 모습을 연출할 수도 있다.

청남대 대통령기념관 인근의 메타세쿼이아 산책로.

청남대 대통령기념관 인근의 메타세쿼이아 산책로.


청남대 대통령기념관 1층에 역대 대통령 기록화를 전시하고 있다.

청남대 대통령기념관 1층에 역대 대통령 기록화를 전시하고 있다.


청남대 대통령기념관의 체험실. 대통령 집무실과 브리핑룸, 접견실 등에서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다.

청남대 대통령기념관의 체험실. 대통령 집무실과 브리핑룸, 접견실 등에서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다.


기념관 앞 양어장 겸 스케이트장은 생태 연못으로 탈바꿈했다. 수련이 핀 연못에 시원하게 분수가 물을 뿜고, 제방의 아름드리 메타세쿼이아 숲으로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시원하게 잔디가 깔린 골프장 가장자리에는 논란이 된 역대 대통령 동상 대신 대한민국 임시정부 행정수반 8인의 동상이 세워졌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 놀기에 딱 좋은 공간인데, 아쉽게도 잔디밭에는 들어가지 못한다.

청남대 입구이자 대청호 맞은편에는 문의문화재단지가 있다. 대청댐 수몰 지역의 유물을 옮겨와 공원처럼 꾸민 곳이다. 대청호가 시원스럽게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초가와 기와집, 대장간 등 민가 5동이 자리 잡았고, 관아와 성곽 및 성문도 재현해 놓았다. 명칭은 문화재단지이지만 실상은 민속촌에 가깝다.

대청호가 시원하게 내려다보이는 호수 억덕에 자리 잡은 문의문화재단지.

대청호가 시원하게 내려다보이는 호수 억덕에 자리 잡은 문의문화재단지.


문의문화재단지는 대청호 수몰 지역의 민가를 옮겨오겨나 재현해 작은 민속촌 같은 분위기다.

문의문화재단지는 대청호 수몰 지역의 민가를 옮겨오겨나 재현해 작은 민속촌 같은 분위기다.


문의문화재단지의 산책로. 옛집과 수목이 어우려져 있다.

문의문화재단지의 산책로. 옛집과 수목이 어우려져 있다.


수몰 지역 주민들에게는 아련한 고향의 추억을 되새기는 공간이고, 외지인에게는 잔잔한 호수의 여운을 안겨주는 여행지다. 전망대에 오르면 올망졸망 자리 잡은 옛집 아래로 드넓은 대청호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한국관광공사 세종충북지사에서 강소형 잠재관광지로 지정해 코로나19 시대 거리두기 여행지로 홍보하고 있다.

청주= 최흥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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