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수도권 12만 가구 등 3차 신규 택지 발표
수도권 외곽 다수, 입주도 빨라야 2029년
전문가들 "시장 매수세 잠재우기 역부족"
정부가 '2·4 주택 공급대책'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신규 공공택지 입지가 모두 확정됐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 땅 투기 사태로 신규 택지 발표를 미룬 지 4개월 만이다. 경기 의왕·군포·안산과 화성 진안 7만 가구를 포함해 12만 가구가 수도권에서 공급되고, 비수도권 신규 택지는 대전 죽동2 등 세 곳에 2만 가구 규모다.
신규 택지에 자족기능을 구현해 주거 수요는 물론 업무기능까지 분산 수용한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하지만 수도권의 경우 경기 외곽에 치우쳐 서울 접근성이 떨어지고 입주까지 최소 8년이 걸려 시장의 '패닉 바잉(공황 매수)'을 잠재우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계획보다 9,000가구 많은 14만 가구, '신도시'급 7만 가구도
국토교통부는 30일 전국 14만 가구 규모의 '제3차 신규 공공택지' 10곳을 발표했다. 앞서 2·4 대책에서 예고했던 25만 가구 규모의 신규 택지 확보 계획 중 LH 투기 사태 여파로 발표가 연기됐던 물량이다. 총 공급 규모는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 대체지가 추가로 포함되면서 당초 계획(13만1,000가구)보다 9,000가구 늘었다.
지역별로는 수도권 7곳 택지에 12만 가구, 비수도권은 3곳에 2만 가구가 공급된다. △의왕·군포·안산(4만1,000가구) △화성 진안(2만9,000가구)은 신도시 규모(330만㎡ 이상)이고 △인천 구월2(1만8,000가구) △화성 봉담3(1만7,000가구)은 중규모 택지(100만㎡ 이상)다. 윤성원 국토부 1차관은 "여의도 면적 2배 규모로 조성하는 의왕·군포·안산은 서울 지하철 1·4호선과 영동고속도로 등 교통 여건이 우수하고, 동탄신도시에 인접한 화성 진안은 여의도 1.5배 면적"이라고 밝혔다.
태릉골프장 대체 물량으로는 서울이 아닌 경기 남양주 진건과 구리 교문이 선정됐다. 남양주 진건은 7,000가구 규모로 왕숙·다산 신도시 사이에 위치해 통합 도시계획 수립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구리 교문은 서울 경계에서 약 1㎞ 떨어진 지역으로 약 2,000가구가 자연친화 주거단지로 조성된다.
이 외에 수도권 △양주 장흥(6,000가구), 충청권 △대전 죽동2(7,000가구) △세종 조치원(7,000가구) △세종 연기(6,000가구)는 소규모(100만㎡ 미만) 택지로 개발된다.
정부 '수요 흡수' 자신해도 입지 매력 떨어지고 입주는 먼 얘기
정부는 신규 택지 공급으로 수도권 도심에 쏠린 주택 수요를 분산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택지 내 업무시설을 위한 도시지원시설용지를 확보하고 지역전략산업 육성을 통해 '제2의 판교'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윤성원 1차관은 "신규 택지들은 교통 여건이 우수한 수도권 남부 위주이고, 추가 교통망도 선제적으로 마련할 예정"이라며 "자족 기능을 배합하면 수도권의 주택 수요를 흡수할 수 있는 가치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의 기대만큼 매매시장의 매수 열기를 잠재우기엔 역부족이라고 평가한다. 김포 고촌, 하남 감북 등 신규 택지 후보지로 거론됐던 '목 좋은' 지역이 제외되고 수도권 외곽 지역만 포함돼서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정부 구상대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간선급행버스체계(BRT) 등 교통망 연계가 된다고 해도 서울 도심 접근성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라면서 "당장 시장에서의 호응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입주까지 10년 가까운 시간이 걸리는 것도 문제다. 정부는 내년 하반기 지구지정을 완료하고 2026년부터 입주자모집(본청약)을 거쳐 2029년 입주를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앞서 지정된 택지들도 토지 보상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태에서 2029년 입주는 사실상 어려워 보인다"며 "교통망 등 인프라 확충까지 감안하면 15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제2의 'LH 사태'가 재현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정부는 3차 택지 발표 전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공직자 투기는 없는 것으로 판단했으나 조사 대상이 현직자 본인으로 한정됐다. 퇴직자 또는 직계 존·비속 등 차명거래는 걸러내지 못한 셈이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3~5월간 퇴직한 LH 직원은 총 65명이고, 그중 17명이 1·2급 고위직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국토부 직원 두 명이 토지를 소유했으나 상속과 자경으로 조사됐고 LH 직원 한 명은 8년 전 필지를 취득했으나 준법감시단 조사 결과 투기 혐의는 확인되지 않았다"며 "퇴직자에 대한 토지 소유 조사가 필요한지는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위법 의심 거래 229건, 농지법 위반은 17건... 다음 달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공직자는 아니지만 국토부는 2018년부터 올해 6월까지 신규 택지 후보지 일대에서 이뤄진 3만2,000여 건의 거래를 분석한 결과 위법이 의심되는 거래 229건을 확인했다. 명의신탁(5건), 편법증여(30건), 대출용도 외 유용(4건) 등이다. 국토부는 "이들 거래는 경찰청, 국세청, 금융위, 지자체에 통보하고 범죄수사, 탈세 분석, 과태료 처분 등의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청에 수사 의뢰를 한 농지법 의심 사례 66건 중 17건은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다.
아울러 국토부는 신규 택지 10곳 중 의왕·군포·안산을 포함한 7곳과 지난 25일 발표한 과천 갈현지구는 투기성 거래 차단을 위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다. 이에 따라 다음 달 5일부터 2년간 해당 지구에서 180㎡를 초과하는 주거지역 등을 거래하려면 지자체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주민공람 공고 즉시 개발행위가 제한되고, 강화되는 이주자택지 대상 요건과 협의양도인 택지 기준이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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