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두커피 원조" 춘천시 커피페스타 개최
'빵지 순례지' 대구에선 관광·제조업 접목
고흥군 "부가가치 높은 신선한 원두 생산"

평창올림픽이 개막한 2018년 2월 세계 23개국 원두의 맛을 음미할 수 있는 강릉 안목항 '세계 겨울커피 축제'에 국내외 관광객들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강릉문화재단 제공
'우리 고장이 명실상부한 커피도시.'
국내 커피산업이 높은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강원 춘천과 대구, 전남 고흥 등 전국 곳곳에서 커피를 전략산업으로 육성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커피를 단순한 기호식품을 넘어 세계적인 문화상품으로 키운 강릉시의 사례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저마다 차별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춘천시와 강원정보문화진흥원은 내달 3일부터 서면 애니메이션 박물관 일원에서 '커피도시페스타'를 개최한다고 30일 밝혔다. 인근 커피의 도시, 강릉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이번 행사에선 각종 체험 행사를 비롯해 과테말라와 에티오피아 현지 관계자가 직접 춘천을 찾아 자국에서 생산한 스페셜티를 홍보한다. 커피에 로봇 바리스타 등 정보통신기술(ICT)과 접목한 시도도 눈에 띈다.
춘천은 53년 전 전국에서 처음 원두커피를 선보인 고장임을 강조하는 스토리텔링전략도 내세웠다.
춘천시에 따르면 1968년 춘천 공지천에 세워진 에티오피아 한국전쟁 참전기념비를 찾았던 하일레 셀라시에(1892~1975) 황제가 외교행낭으로 생두를 보냈다. "이를 로스팅해 원두커피를 파는 카페가 공지천에 문을 열었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오늘날 커피전문점의 원조 격인 셈이다. 안효란 시 문화콘텐츠과장은 "춘천시는 로스터리 전문점을 국내 최초로 열었다는 자부심이 있다"며 "이 같은 역사와 함께 첨단기술을 접목한 콘텐츠로 승부를 걸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 커피&카페박람회 모습. 대구시 제공
호반도시 춘천이 아름다운 풍광과 스토리를 배경으로 커피에 풍미를 더하는 전략이라면 대구는 커피산업 측면을 공략한다. 대구 시내엔 카페를 포함해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곳이 4,268개에 달하고, 내로라하는 바리스타가 많은 점을 엮어 '커피산업의 도시'를 표방한다.
앞서 3월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대구 베이커리&카페쇼' 행사에선 무려 20단계로 원두를 분쇄하는 기기와 로봇 바리스타 등 신형 커피머신이 눈길을 끌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1인 가구 증가로 수요가 크게 늘어난 홈 카페와 베이킹 관련 시장을 겨냥한 제품"이란 게 업계의 설명이다. 10월 말(커피앤카페 박람회)과 11월 초(커피앤베이커리 축제) 예정된 행사에서도 지역에서 이름난 커피 및 제과 브랜드들이 차별화된 맛을 선보인다.
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이름난 '빵지 순례지'인 대구시는 최근 '빵은 대구'란 스토리북을 출간한 데 이어, 제과의 단짝인 커피를 활용한 홍보도 진행 중이다. 관광 유치와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기 위한 전략이다.
전남 고흥군은 중남미와 동남아시아, 아프리카에서만 재배되는 것으로 알려졌던 커피원두를 직접 생산, '고흥 커피' 타이틀로 국내 커피시장 공략을 준비 중이다.
고흥군은 전 세계적 기후변화로 한국도 아열대화되고, 고흥의 날씨가 커피 재배에 적합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면서 10년 전부터 커피산업에 주목했다. 수확에서 가공, 수입, 유통에 통상 8개월에서 1년까지 걸리는 수입품과 달리 고흥 커피는 2개월이면 카페나 매장에 공급이 가능하다. 신선도와 향미 평가에서 유리한 고지에 있다.
고흥군은 '고흥로컬커피 융복합 사업'을 통해 커피 체험 농방 리모델링, 바리스타 양성 교육, 신제품과 문화상품 개발을 추진 중이다. 군 관계자는 "앞으로 커피를 소재로 6차 융복합 산업화에 나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내 도시들의 거센 도전에 직면한 커피 본향 강릉은 커피 한과 등 다양한 먹거리를 커피에 결합하거나 '갤러리 카페'처럼 응용 범위를 확대하는 등 '대한민국 대표 커피 도시' 아성 지키기에 분주하다. 지역 내에만 커피전문점이 900곳이 넘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해 차별화된 메뉴나 콘텐츠의 필요성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강릉시와 문화재단도 올해 커피축제를 보다 세련되게 다듬어 11월 개최한다. 강릉시는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자원인 커피의 상징성을 부각시킬 수 있도록 축제를 타 지역과 차별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커피전문점이 모여 있는 강원 강릉시 안목항 커피 거리. 강릉시 제공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