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대 "1인 시위 학칙 위반 소지" 공문 발송
피해자 "학생 보호는커녕 학교가 2차 가해"
학교 측 "학생 본분 어긋난 행위… 조사 단계"
성추행 및 폭행 피해자들이 한국방송통신대(방송대)의 2차 가해 방치를 규탄하며 1인 시위에 나선 것을 두고, 학교 측이 징계 가능성을 시사해 논란이 예상된다. (관련기사: '뒤에서 와락' 영상 찍혔는데… "방송대, 징계 미루며 2차 가해 방치")
29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방송대는 전국총학생회장 김모(52)씨에 대한 징계가 확정된 다음날 피해자 A씨와 B씨에게 1인 시위에 대한 서면 문답 제출을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공문엔 총장 직인이 날인됐다.
방송대, 학칙 위반·총장 명예훼손 등 문제제기
김씨는 지난 2월 부산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뒤풀이 행사에서 지역학생회장인 A씨와 B씨를 상대로 여러 차례 신체 접촉을 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피해자들은 징계 절차가 지지부진하자 7월 19일부터 대학본부 앞에서 텐트를 치고 1인 시위에 돌입했다. 텐트 옆엔 '성희롱 피해자 인권 무시하며 직무 유기하는 OOO 총장은 사퇴하라' '성희롱 2차 피해 당하는 피해자 외면하는 총장' 등의 내용이 적힌 피켓과 입간판이 놓여 있었다.
학교 측은 피해자들에게 발송한 공문과 서면 문답서를 통해 피해자들이 1인 시위를 한 것을 문제 삼았다. 본보가 확보한 서면 문답서는 △입간판과 텐트 설치 시기와 배경 △1인 시위를 하며 성희롱 징계 건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 사실이 학칙 및 규정 위반에 해당하는 점에 대한 의견 △입간판 등에 대한 철거 요청에 응하지 않은 이유 △학생 본분에 어긋나는 행동이고 타인 명예훼손 등은 징계 사유가 되는데, 이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으로 구성됐다. 명예훼손을 당했다는 주체는 특정되지 않았지만, 피켓에 적시된 실명은 총장 이름이 유일해 총장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됐다.
재학생·교수도 시위 동참… 피해자에만 공문 발송
1인 시위에는 피해자들은 물론 재학생 및 다른 지역 학생회장과 교수들도 동참했다. 특히 피해자 두 사람 바로 옆에선 방송대 재학생인 우창윤 전 서울시의원도 '학생 인권 무시하는 OOO 총장 퇴진'이라는 피켓을 들고 시위에 동참했다. 우 전 의원의 시위는 3월 무렵 시작됐지만, 학교에서 보낸 공문은 피해자 2명에게만 발송됐다.
우 전 의원은 "3월부터 총장 퇴진 시위를 했는데 나는 징계 공문을 받지 않았다"며 "왜 피해자 2명에게만 보냈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피해자 A씨도 "학교가 학생을 보호해야 하는데 오히려 2차 가해를 저지르는 상황"이라며 "보복 목적이 아니라면 이렇게 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학교 측 "학칙 위반 판단되면 징계 절차"
학교 측은 1인 시위를 한 것이 학생 본분에 어긋난 행위라고 판단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다른 시위자들을 제외한 피해자들에게만 공문을 보낸 점에 대해선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방송대 학생과 관계자는 "법에서 보장된 1인 시위라 하더라도 학생 본분을 벗어난 행위를 한 것으로 보여 조사하는 것"이라며 "조사 결과 학칙에 위반된다고 판단되면 징계 절차를 밟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방송대 단과대 교수회는 23일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된 김씨에 대해 중징계 처분인 학적 박탈(제명) 처분을 의결했다. 검찰은 지난 18일 김씨를 강제추행 및 폭행 혐의로 기소해 재판에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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