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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받고 끝내라"... 직장갑질 신고자 '2차 가해'에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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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받고 끝내라"... 직장갑질 신고자 '2차 가해'에 운다

입력
2021.08.29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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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부서장에게 당한 갑질을 고용노동부에 신고해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을 받아 가해자와 분리 조치가 이뤄졌다. 그런데 완전한 분리가 아니라 계속 마주칠 수밖에 없는 공간이었고, '별일도 아닌데 신고해서 남의 인생 망쳤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후 인사평가에서 혼자 최하위 점수를 받았다. 너무 부당하고 억울하다."

지난달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접수된 제보 이메일 중 일부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2년이 지났지만, 이처럼 신고를 감행한 피해자가 되레 비난 여론과 따돌림, 해고 등에 시달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정부가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하며 2차 가해를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직장갑질 신고사례 중 33% "불이익 받았다"

29일 직장갑질119는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접수된 이메일 제보 중 신원이 확인된 사례 가운데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를 한 278건을 조사해보니, 이 중 92건(33.1%)에서 신고를 이유로 불이익을 받은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2차 가해 사례는 크게 △무마 △비난 △따돌림 △최하 평가 △해고 등으로 나눌 수 있었다.

직장 내 괴롭힘이나 성희롱을 겪은 피해자가 상사에게 상의를 하니 가해자를 불러 사과를 시키며 "그냥 넘어가자", "피해의식 때문에 그러는 거 아니냐" 등의 말로 사건을 덮으려 했고, 정식으로 신고를 한 후에는 "꼬리를 쳤다", "맞을 짓 했다", "예민종자다" 등의 악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회사에서 아무도 말을 걸거나 밥을 같이 먹지 않아 '왕따'가 되거나, 심한 경우에는 일부러 가해자와 피해자의 공간 분리를 하지 않으며 퇴사를 유도하는 사례도 있었다.

"정부가 2차 가해 방치"... 처벌 극히 드물어

사실 이 같은 2차 가해나 보복 행위는 법으로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근로기준법과 남녀고용평등법은 신고를 이유로 한 불리한 처우에 대해선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게 했다. 또한 '피해 사실 유포' 행위에도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릴 수 있다.

문제는 실제 처벌되는 사례가 극히 드물다는 것이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2019년 7월부터 올해 5월 말까지 고용노동부에 총 1만340건의 신고가 접수됐는데, 고용부가 개선 지도를 한 것은 1,431건(13.83%)에 그쳤다. 특히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송치한 경우는 30건(0.3%)에 불과했다. 고용부는 사용자가 피해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했거나 폭행·모욕 등 처벌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개선 지도를 넘어 검찰에 수사의뢰를 한다.

권두섭 직장갑질119 변호사는 "특히 정부가 적극적으로 수사기관에 사건을 넘겨 사법처리를 받도록 하는 게 중요한데, 고용부는 사실상 2차 가해를 방치하고 있다"며 "2차 가해는 매우 교묘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정부가 불리한 처우의 구체적인 사례를 명확히 제시하고 사용자에게 입증 책임을 지도록 하는 등의 제도 보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환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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