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규덕 한반도본부장 사흘 일정 방미
한미 "대북 인도 지원 준비 완료" 발신
美, 아프간 변수 탓 대북 운신 폭 작아
한국 측 북핵협상 수석대표인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29일 미국 방문 길에 올랐다.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서울에서 회동한 지 일주일 만이다. 북한의 침묵에도 한미는 대북 인도적 지원 계획을 언제든 실행에 옮길 수 있다는 메시지를 계속 발신하고 있다.
노 본부장은 이날 출국 전 방미 목적과 관련,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조기 재가동 방안을 미국 측과 협의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조 바이든 미 행정부와 북미대화 조기 재개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놓고 심도 있는 협의를 진행해 왔다”며 “이번 방미에서도 미국 측 인사들과 머리를 맞대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내달 1일까지 워싱턴에서 김 대북특별대표를 비롯해 대북정책에 관여하는 국무부 당국자들과 면담할 예정이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고위 관료와도 접촉해 최근 한반도 정세와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낼 수 있는 대책을 숙의한다.
특히 한미는 큰 틀의 공감대를 이룬 대북 인도주의 지원책에 관한 구체적 규모와 범위를 두고 의견을 주고받을 것으로 보인다. 양측은 앞서 23일 서울에서 열린 북핵 수석대표 협의에서 보건 및 감염병 방역, 식수 등을 세부 대북 지원 방안으로 제시했다. 국제기구와 비정부기구(NGO)를 통한 식량 지원 문제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한미의 이번 워싱턴 접촉은 그간 진행된 논의를 매듭짓고 북한을 향해 “지원을 실행에 옮길 준비가 됐다”는 신호를 보내는 자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외교 소식통은 “서울 회동 일주일 만에 한국 당국자가 다시 워싱턴을 찾는 것 자체가 북한에 인도적 지원이 가능하다는 백악관 차원의 동의가 있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 소식통은 “26일 한미연합군사연습(한미훈련)이 종료되면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수위가 다소 낮아진 흐름을 살려 볼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아직 이렇다 할 반응이 없다. 한미훈련 기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고, 통신선을 활용한 남측의 꾸준한 대화 시도에도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북한도 일단 노 본부장의 방미 결과를 주시하겠지만, 인도적 지원 제안에 적극적 호응할지는 미지수다. 한미가 유인구로 던진 인도적 지원은 북한이 바라는 대북 적대시 정책 폐기, 즉 전면적 대북제재 해제와 온도차가 크기 때문이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북한도 괴로울 테지만, 천재지변에 대한 내성 자체가 워낙 강해 한미의 호의를 받아들일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아프가니스탄 사태로 바이든 행정부의 운신 폭이 좁아진 점도 변수다. 미군 철군에 따른 탈레반의 득세로 가뜩이나 정국이 혼란한 틈에 이슬람국가(IS)의 폭탄 테러까지 발생하자 “바이든 행정부가 아프간 상황 관리에 실패했다”는 비난은 더욱 커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북핵 이슈에 대한 주목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어 인도적 지원 이상의 획기적 제안을 내놓을 여력이 커 보이지 않는다.
북한이 이런 역학 구도를 역이용할 가능성도 있다. 아프간에 미국의 눈이 쏠려 있는 틈에 전략 도발을 감행해 바이든 행정부의 북핵 해결 의지를 자극하려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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