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가을을 앞두고 기아자동차의 플래그십 세단 K9를 마주했다.
초대 K9부터 꾸준히 우수한 완성도, 뛰어난 구성을 통해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었고 또 개인적으로도 참 좋아했던 차량이라 그런지 이번의 재회 역시 꽤나 기대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초대 K9도 그럤던 것처럼 참 좋은 차량이고, 또 좋은 패키지를 갖췄음에도 어딘가 ‘당당하지 못한’ 느낌이 마음 한 구석에 불편함으로 남아 있다는 점도 재회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꽤나 인상적인 수준의 시각적 변화를 이뤄낸 만큼 지금의 K9은 과연 과거의 아쉬움을 달래고 새로운 변화를 통해 한 번 더 앞으로 나설 수 있는 존재일지 꽤나 궁금했던 것 같다. 과연 K9는 2021년 현재, 어떤 의미를 전할 수 있을까?
자고로 플래그십 세단이라고 한다면 역시 거대한 체격이 필요하다.
그리고 K9은 이러한 ‘기본적인 요구 사항’을 무척 능숙히 수용하는 모습이다. 실제 K9는 플래그십 세단으로 충분한 5,140mm의 긴 전장과 그리고 각각 1,915mm, 1,490mm에 이르는 전폭과 전고를 통해 우수한 체격을 과시한다.
덕분에 여느 플래그십 세단 사이에 있어도 기죽지 않는 모습이다. 참고로 휠베이스는 3,105mm에 이르며 V6 터보 엔진 및 4x로 명명된 AWD 시스템을 더하며 2,075kg의 공차중량을 갖췄다.
새로운 변화로 더욱 대담해진 K9의 존재
초대 K9은 플래그십 세단이 갖춰야 할 존재감, 체격, 그리고 당당함을 잘 보여줬다. 그리고 이를 이어 받는 2세대 K9, 그리고 2021년의 K9 역시 모두 대담하고 당당한 모습을 보여준다.
실제 각 디자인 요소에 있어 ‘차량을 작게 연출하는 요소’ 혹은 표현은 과감히 배제했고, 넉넉하고 당당함이 돋보이게 했다. 게다가 이전의 K9들이 어딘가 다소 올드한 느낌을 줬던 것에 비해 오늘의 주인공은 더욱 대담하고 큼직한 스케일 속에서도 꽤나 트렌디한 이미지 역시 효과적으로 제시해 ‘첫 느낌의 만족감’을 높였다.
디자인의 핵심은 바로 전면에 있다. 대담하게 그려진 프론트 그릴과 기술적 요소의 적극적 적용을 드러내는 헤드라이트의 조합을 통해 시각적인 만족감, 존재감을 강조한다. 각 디자인 요소들에 더해진 화려한 디테일 그리고 차체 하부에서 가로로 길게 이어진 바디킷 등 역시 플래그십 세단의 가치를 잘 드러낸다.
다만 이전의 K9이 그랬던 것처럼 이번의 K9 역시 어딘가 ‘기시감’이 드는 모습이다. 많은 고민을 해봤는데 프렌치 프리미엄을 추구하는 DS의 플래그십 세단 모델, ‘DS 9’과의 유사성이 떠올랐다.
측면의 디자인은 긴 전장과 휠베이스를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세련된 연출보다는 체격의 무게감을 강조하는 실루엣 아래 명료하게 다듬어진 선과 디테일들이 플래그십 세단의 무게감을 드러낸다. 여기에 화려한 19인치 멀티-스포크 휠이 더해져 대담함에 방점을 찍는 모습이다.
후면 디자인은 위, 아래로 뻗어 나가는 디테일이 더해졌고, 기아차 특유의 가로의 디테일이 더해져 ‘K 시리즈의 특성’ 그리고 K9의 존재감을 제시한다. 이외의 요소들은 제법 보수적이고 균형감에 집중한 모습이다.
고급스럽게 피어난 K9의 공간
현대자동차에게는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가 존재하지만 기아는 단독 브랜드로 ‘모든 매력’을 제시해야 한다. 그렇기에 K9의 실내 공간은 더욱 고급스럽고 여유로운 매력을 드러내야 할 필요가 있다.
실제 고급스러운 감성을 강조한 랩어라운드 방식의 디자인과 곡선을 더한 대시보드의 구성으로 프리미엄 세단의 감성을 명확히 드러낸다. 여기에 우드 패널과 각종 소재의 화려한 연출을 통해 ‘기아의 제네시스’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매력을 드러낸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대시보드의 우드 패널의 ‘결의 방향’과 도어 패널의 그것이 일체되지 않고 상반되어 어색하게 도드라지는 모습이다.
센터페시아 상단에는 대중들의 시선을 끌기 충분한 와이드 디스플레이 패널과 특유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더해져 ‘기술의 가치’를 누릴 수 있다. 기능과 구성, 그리고 사용성 모든 부분에서 우수한 면모를 드러내고 각 버튼과 다이얼 등의 마감도 우수하다.
이외에도 플래그십 세단의 가치를 드러내듯, 센터페시아 중앙에는 클래식한 디자인의 아날로그 시계를 배치해 ‘감각적인 만족감’을 한층 높였다.
워낙 넉넉한 체격을 갖춘 덕분에 공간에 대해서는 아무런 반론이 없다. 실제 1열 도어 안쪽에는 넉넉한 휠베이스, 거대한 체격을 바탕으로 쾌적한 여유가 자리한다. 이와 함께 플래그십 세단의 격을 드러내는 고급스러운 연출이 더해진 큼직한 시트가 ‘탑승자’를 반기는 모습이다. 덕분에 그 누구라도 만족할 수 있으리라 생각되었다.
VIP를 위한 2열 공간도 마찬가지다. 넉넉한 레그룸과 헤드룸은 물론이고 2열 시트 조절 기능과 2열 엔터테인먼트 기능까지 갖춰져 장거리 주행은 물론이고 어떤 상황에서도 만족스러운 탑승감을 제시할 준비를 마친 모습이다. 플래그십 세단이라는 기준으로 보더라도 부족함이 없는 수준이다. 다만 차양막이 수동 조작이라는 점은 다소 아쉽다.
플래그십 세단은 차량 내에 다양한 기술과 장치를 더하기 때문에 되려 적재 공간이 넉넉하지 못한 경우가 있다. 그러나 K9은 충분한 공간을 제시해 만족감을 높인다. 실제 트렁크 게이트 아래에는 넉넉하고 쾌적한 공간이 마련되어 ‘일상에서의 가치’를 한층 높이는 모습이다.
370마력의 심장을 품은 K9
플래그십 세단의 큼직한 보닛 아래에는 우수한 성능을 제시하는 터보 엔진이 자리한다.
최고 출력 370마력과 52.0kg.m의 토크를 제시하는 V6 3.3L T-GDI는 이미 검증을 마쳤고, 여러 차량에서 자신의 가치를 드러내왔다. 여기에 8단 자동 변속기, 그리고 4x로 명명된 AWD 시스템을 얹어 견고하고 우수한 운동 성능을 제시한다.
실제 K9는 필요 충분한 성능을 바탕으로 우수한 움직임을 드러낸다. 다만 효율성은 감안해야 할 부분이다. 공인 복합 연비는 8.1km/L이며 도심과 고속 연비는 각각 7.0km/L와 10.1km/L다.(19인치 휠, 타이어 기준)
플래그십 세단이 갖춰야 할 드라이빙 그리고…
K9 3.3 T-GDI 4x를 살펴보고 본격적인 주행을 위해 도어를 열고 시트에 몸을 맡겼다.
넉넉한 공간, 고급스러운 연출, 그리고 각종 기술의 요소들이 시각적인, 감각적인 만족감을 높인며 주행의 기대감을 한층 높인다. 앞서 설명한 우드 패널의 디테일을 제외한다면 그 누구라도 만족할 공간이라 생각된다.
플래그십 세단인 만큼 기본적인 정숙성도 우수해 시동을 건 후에도 큰 스트레스 없이 실내에서 쾌적한 여유를 누릴 수 있고, 각종 편의사양의 홍수 속에서 ‘최신의 감각’을 보다 명확히 느낄 수 있다.
엑셀러레이터 페달을 밟으면 제법 능숙히 370마력과 52.0kg.m의 토크가 도드라진다. 2,075kg의 공차중량을 가진 K9는 큰 어려움 없이 가속하고, 운전자가 원하는 속도까지 가속하는 모습이다. 전반적인 출력의 전개나 가속력, 그리고 고속 주행의 쾌적함 등 전반적으로 부족함이 없는 모습이다.
다만 질감에 있어서는 약간의 아쉬움이 있다. 현대, 기아, 그리고 제네싯스 차량에 적용된 3.3 T-T-GDI 엔진 자체가 조금 거칠다는 점이다. 다만 이러한 질감 자체가 직관적으로 전달되는 게 아니라 간접적으로 느껴지는 만큼 큰 스트레스 요인은 아니라 생각되었다.
370마력의 심장과 조화를 이루는 건 8단 자동 변속기다. 이 변속기는 어떤 특성이 있다기 보다는 말 그대로 ‘일상을 위한 능숙한 변속기’리는 표현이 가장 적합한 모습이다. 변속 속도, 질감 등 특별할 것 없이 마냥 능숙하다.
그래도 드라이빙 모드를 바꾸면 RPM을 풍부하게 사용하고, 또 패들 시프트의 마감도 뛰어난 점늠 분명 플러스 요인이다. 다만 개인적으로 스포츠 모드로 K9를 즐기는 건 다소 권하고 싶지 않는 게 사실이다.
사실 K9은 거대한 체격, 그리고 무거운 무게를 가진 차량이지만 그 움직임은 꽤나 가볍다. 이를 긍정적으로 느끼는 이라면 ‘다루기 좋다’라는 생각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민감해 불안하다’라는 생각이 들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시승을 하면서도 비슷한 생각이 들었다. 도심 및 교통 정체 구간 등과 같은 ‘일상의 주행’ 상황에서는 체격에 비해 ‘다루기 좋다’는 느낌이지만 스포츠 모드로 바꿨을 때에는 과도하게 민감한 엑셀러레이퍼 페달과 함께 운전자에게 위화감을 줄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되었다.
여기에 승차감 역시 미묘한 느낌이다. 기본적으로는 분명 쾌적하고 정숙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이다. 그런데 주행을 이어가면 이어갈수록 조금 건조하고 ‘노면 질감’이 생각한 것보다 더 크고, 명료히 전해지는 것 같았다.
이러한 부분을 조금만 더 다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기아차가 제네시스보다 우수한 질감을 준다면 서로를 괴롭힐 수 있기 때문에 ‘지금의 셋업’을 선택한 것이라 생각이 되었다. 이해가 가는 부분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아쉬운 장면이었다.
한편 시승을 하며 K9의 효율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총 36분의 시간 동안 쾌적한 흐름의 자유로를 50.2km를 달렸고 그 결과 평균 15.0km/L라는 결과를 마주할 수 있었다. 트립 연비라는 것이 실 연비와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하더라도 이러한 수치는 분명 의미있고, 또 매력적인 결과일 것이다.
좋은점: 플래그십 세단이 갖춰야 할 대담함, 넉넉한 그리고 기술의 매력
아쉬운점: DS 9이 떠오르는 외형 디자인, 제네시스가 떠오르는 실내 공간
잘다듬어진 플래그십 세단, K9
초대 K9이 그랬던 것처럼 2021년에 마주한 K9는 여전히 우수한 플래그십 세단이었다.
대담한 존재감이 돋보이는 디자인과 화려하게 연출된 공간의 가치, 그리고 플래그십 세단의 격에 맞는 다양한 요소들이 적극적으로 반영되어 있어 그 누구에게도 권할 수 있는 차량이라 생각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K9는 조금 더 독창적인, 그리고 돋보이는 ‘당당함’이 절실하다.
새로운 엠블럼이 더해진 것처럼, K9의 더욱 당차고 새로운 행보를 이어가길 기원한다.
촬영협조: HDC 아이파크몰 용산, 기아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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