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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가 벌어지는 건 처벌이 만만해서다

입력
2021.08.28 00:0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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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구 '머지포인트' 본사에 환불을 요구하는 가입자들. 왕태석 선임기자

서울 영등포구 '머지포인트' 본사에 환불을 요구하는 가입자들. 왕태석 선임기자


얼마 전 ‘머지 포인트’ 사기 논란이 크게 있었다. 2021년 대한민국에서 일어났다고 보기에는 상당히 허술해 터무니없는 종류의 사기인데 피해자들이 구제받을 길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왜 이런 일들이 반복되는 것일까? 사기를 근본적으로 막지 못하는 것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원인 중 하나로 대한민국의 금융 사기에 대한 처벌이 국민이 법 감정을 따라가지 못하는 탓도 크다고 생각한다. 처벌 수준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머지포인트는 대형 마트, 프랜차이즈 등 국내 대표 가맹점에서 이용할 수 있는 포인트를 액면가보다 20%가량 할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다. 스타트업이 운영해 왔으며 수만 명에 달하는 가입자가 알뜰한 소비를 노리고 포인트를 구매했다. 그중에는 멤버십 개념으로 연간 이용권을 구매한 이용자들도 있었다. 20%면 마진이 크지 않은 리테일 비즈니스에서는 상당히 큰 할인폭이다. 대체 어떻게 스타트업이 그렇게 큰 할인을 제공할 수 있었을까?

머지 포인트 사업 모델은 사실상 흑자 전환이 불가능한 서비스였다. 가입자를 모아서 선입금 금액을 기반으로 투자 사업을 한다든지 다른 수익 모델을 노렸는지는 모르겠으나, 현재 밝혀진 바로는 나중에 구매한 사람의 구매 대금으로 이전 구매자들이 가맹점에서 이용한 금액을 보존한 형태로 비즈니스를 운영해왔다. 사실상 폰지 사기에 지나지 않는다. 잠깐이라도 현금 순환이 막히거나 금융 당국의 제재가 들어오면 지속될 수 없다.

하지만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 이용하는 서비스가 지속 가능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는지 따지기 쉽지 않다. 대부분 유명한 대기업이 입점되어 있고 은행과도 제휴되어 있으니 믿을 만하다고 생각하고 이용했을 것이다. 대기업과 은행도 제휴 서비스 선택 시에 책임감을 가지고 비즈니스 모델을 평가했어야 했다. 아쉬운 대목이다.

현재 머지 포인트는 확실하게 서비스를 종료한 것은 아니지만 포인트를 사용할 수 있는 가맹점이 거의 없는 상황으로 수만 명의 포인트 구매 고객들은 각각 수십~수백만 원의 손해를 떠안아야 한다. 포인트를 판매 대행한 11번가 같은 사이트에서 고객 구제 차원에서 보상해주지 않는 한 머지 포인트 본사에서는 환불받을 길도 요원하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가?

반 우스갯소리로 우리나라는 사기 치기 좋은 나라라는 말을 하곤 한다. 수십~수천억 원대 사기를 쳐도 형량이 몇 년 되지 않기 때문이다. 범죄자가 검거되어 재판에 회부될 때 쯤이면 사기로 얻은 범죄 수익은 이미 어둠의 경로를 타고 어딘가로 은닉돼 피해자들은 구제를 받을 길조차 없다. 일례로 내 친구는 2018년 비트코인 시즌1 시절에 채굴기 투자를 했는데 사기였다. 사기를 친 범죄자는 수십억 원의 수익을 올렸지만 고작 6년을 선고받았다고 한다. 뼈 빠지게 일하고 치열하게 커리어를 발전시켜도 억대 연봉 받기 어려운 세상인데 사기꾼은 감옥에서 억대 연봉을 받아가는 셈이다. 이런 현실이 과연 정당한가?

나라의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금융 사기 피해 금액도 커지고 범죄 수법도 고도화되고 있다. 법안은 변화하는 세상과 국민의 법 감정을 고려해 재설계되어야 한다. 현행 금융 사기 처벌 수준이 적절한지 국가적 재검토가 필요하다.



곽나래 이커머스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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