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에버랜드 노조 설립은 무효"...금속노조 승소

법원 마크. 한국일보 자료사진

에버랜드 노동조합 설립 자체가 무효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에버랜드 노조가 노동조합법이 규정한 실질적인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다.

수원지법 안양지원 제2민사부는 26일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가 에버랜드 노조를 상대로 낸 노동조합의 설립 무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앞서 금속노조는 “에버랜드 노조 설립을 막기 위해 삼성그룹이 어용노조를 세웠다”며 2019년 3월 에버랜드 노조 사무실이 위치한 안양지원에 소송을 냈다.

에버랜드 노조는 2015년부터 "단체협상 체결 과정에서 삼성 측에 요구안을 제시하는 등 삼성 측의 지배·개입 없이 독립적으로 활동해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에버랜드 노조는 일반 노조의 설립 및 활동을 무력화하기 위한 사용자 측의 계획에 따라 설립됐다”며 “자주성과 독립성이 부족하고, 노동3권을 향유할 수 있는 주체인 노동조합으로서의 지위를 가지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노동조합법이 규정한 실질적인 요건을 갖추지 못해 설립이 무효하다는 것이다.

이어 “비노조 경영 방침을 유지하기 위해 향후 자생적 노조가 설립될 경우 그 활동을 방해할 목적으로 사용자 측의 전적인 계획과 주도하에 설립된 점, 사용자 측이 자체 검증을 거쳐 1기 위원장을 비롯한 노조원들을 선정한 점” 등을 그 이유로 들었다.

금속노조 측 박다혜 변호사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삼성의 노조파괴에 대해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사과도 하고 관련된 여러 형사 판결도 이어져 왔지만, 사업장에서는 어용노조가 그대로 교섭권을 갖고 있었다”며 “지금이라도 삼성이 판결 결과를 존중해 어용노조를 통해 교섭했던 부분을 정상화하고 노사 관계를 바로잡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2018년 9월 삼성그룹의 노조 와해 시도가 수사로 확인됐다며 당시 삼성전자 인사팀 강경훈 부사장 등 전·현직 임직원 16명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했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강 부사장 등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고 현재 대법원의 판단을 앞두고 있다.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