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어서, 하루 비건' 쓴 비건 요리사 박정원씨
"한 달에 하루라도 좋고, 일주일 중에 하루여도 좋아요. 우리 같이 '하루 비건' 해보는 거 어때요?"
지난 달 출간된 '맛있어서, 하루 비건'은 먹는 즐거움을 포기해야 한다는 생각에 채식을 망설이는 이들에게 제목 그대로 '하루 비건'을 제안한다. 우유, 달걀 등 동물성 식품을 먹지 않는 채식주의자(비건)이자 비건 요리사인 박정원(39)씨는 비건이든 아니든 누구나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비건 레시피 58가지를 이 책에 담았다. 채식을 한다고 하면 으레 따라붙는 "거의 샐러드만 드시겠네요?" "먹을 수 있는 게 별로 없겠어요"라는 질문에 대해 그가 내놓은 친절한 설명이기도 하다.
최근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에서 만난 그는 "비건 요리를 하면서 대부분의 음식을 비건으로 만들 수 있다는 데 놀랐고, 새로운 맛에 눈을 뜨게 됐다"며 "채식도 밥에 국, 찌개, 밑반찬까지 일반식과 크게 다르지 않게 먹는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맛있어서, 하루 비건'의 레시피는 그가 비건이 되기 전 즐겼던 음식을 비건식으로 시도한 요리 위주다. 2019년부터 '하루 비건'이라는 이름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소개한 레시피를 한데 모았다. 우유나 치즈 대신 캐슈넛을 넣은 진한 맛의 크림 파스타, 칼집을 내어 간을 배게 한(마리네이드) 두부로 대신한 생선구이 등이 대표적이다. 20여 차례 비건 팝업 레스토랑을 열어 직접 비건식을 선보이기도 했다. "더 많은 사람이 큰 변화를 겪거나 무언가를 포기한다고 느끼지 않고 비건식을 시도할 수 있도록 진입장벽을 낮출 수 있기를 바라요."
처음부터 완벽하게 비거니즘을 실천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는 "일단 시작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 역시 숱한 시행착오를 겪었다. "처음엔 습관처럼 라떼(에스프레소에 우유를 섞은 커피)를 주문해 마시기도 했고요. 고기를 먹으면 '실패'라고 생각했는데 실은 그것도 다 과정이더라고요. 100% 완벽하기보다는 조금씩 그 방향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그의 비거니즘은 단순히 식생활에 그치지 않고 동물을 착취하는 모든 제품과 서비스를 거부하는 삶의 방식으로 나아간다. 동물의 가죽이나 털로 만든 옷은 입지 않고, 동물실험을 한 화장품을 바르지 않는 식이다. 자연스럽게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제로 웨이스트 같은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으로도 이어졌다. "식생활을 시작으로 의생활, 생활용품으로 조금씩 소비하는 것들 하나하나를 돌아보게 됐어요." 그러면서 그의 삶 역시 풍요로워졌다. "주체적으로 내 삶을 바꿔 나가고 있다는 데서 오는 효능감이 커요. 그전엔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겠나' 무기력한 마음이 컸거든요. 이젠 작은 것이라도 계속 해나가고 싶은 마음이 생겨요."
그는 채식에 관심은 있지만 엄두가 나지 않는다면 "우선 한 가지 식재료부터 줄여 나갈 것"을 제안한다. "회사나 가정 안에서 혼자 채식을 하는 게 어렵다면 혼밥이나 외식을 할 때 채식을 선택하는 것도 하나의 노력이 될 수 있고요. 먹는 게 힘들다면 소비재부터 비거니즘을 확장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죠. 저마다 처한 환경에 따라 처음 시작점은 달라질 수 있을 거예요."
비건을 위한 공간을 갖는 게 그의 최종 목표다. 그는 "비건 레스토랑과 요리 클래스, 비거니즘 워크숍을 열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을 갖고 싶다"며 "같은 지향을 가진 사람들이 연결되고, 연결을 계속 만들어갈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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