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서울의 길’의 저자는 길에 주목했다. 철도와 도로라는 길을 따라 형성된 생활권이 탐구 대상이다. 저자는 우리가 행정단위에만 충성심을 갖지 않는다고 봤다. 길을 따라 선(線)적으로 이어지는 지역에 소속감을 느끼고 그곳 사람들과 느슨하게 나마 연대한다고 생각했다.
저자는 열차와 버스를 타고 다니며 ‘대서울’의 구석구석을 훑는다. 2200번 버스를 타고 자유로를 지나 파주시의 중부까지 올라간 뒤, 경의선을 타고 서울역으로 와서 다시 9710-1번 버스를 타고 통일로를 따라 가보는 식이다. 여기서 대서울은 서울 사대문, 영등포, 강남을 중심으로 방사선으로 퍼져 나가고 있는, 확장하는 서울을 의미한다.
궁궐, 왕릉 등 사적지 중심의 답사기와는 결이 다르다. 이 책은 길을 따라 펼쳐지는 현재 그 지역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저자의 탐방기는 생각거리를 던지기도 한다. 다음은 저자가 수원 일대를 돌아보며 쓴 글이다. “철거 전의 매교동을 답사하던 중 어느 집의 벽에 ‘사람 살고 있어요 손대면…’ ‘가구 손대면 법적대응’ ‘출입금지’라고 적혀 있던 모습이 깊이 인상에 남았습니다. 이 블록이 철거되고 들어설 고층 아파트 단지 입주자들은 아파트가 앞 사람들의 이런 외침을 진압하고 세워진 줄 모르거나 모른 척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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