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장관·교수들 잘못 쓴 우리말 표현 교열
28년간 5,000여명에게 편지 2만 여통 보내
우리 말글운동에 헌신…'우리말 지킴이' 위촉
잘못 쓴 우리말 표현을 바로잡은 편지를 기자·장관·교수들에게 30년 가까이 보내면서 '빨간펜 선생님'으로 널리 알려진 국어학자 이수열 선생이 별세했다. 향년 94세. 가족들은 신장암 4기로 투병하던 고인이 24일 오후 9시 27분쯤 숨을 거뒀다고 25일 밝혔다.
1928년 경기 파주에서 태어난 고인은 최종 학력이 초등학교 졸업이었지만 1943년 최연소로 교원자격시험에 합격했다. 1944년 모교인 봉일천초등학교에서 교편을 잡은 뒤 48년 동안 초·중·고교에서 국어를 가르쳤다. 1993년 서울여고 교사로 정년 퇴직하고도 국어순화 운동에 힘썼다.
퇴임 이듬해에 첫 책 '우리말 우리글 바로 알고 바로 쓰기'를 냈다. 이 책은 고(故) 이오덕 선생의 '우리글 바로쓰기'와 함께 국어 분야에서 손 꼽힌다. 이후 '우리말 바로쓰기' '우리글 갈고 닦기'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대한민국 헌법' '말이 올라야 나라가 오른다' 등 양서를 집필했다.
고인은 매일 새벽 신문과 방송 기사와 칼럼을 모두 살피고, 10~20개를 백지에 오려붙여 틀린 표현을 빨간 사인펜으로 수정한 뒤 필자에게 편지를 보내왔다. 28년 동안 고인의 편지를 받은 이는 5,000여명에 이른다. 보낸 편지 수 역시 2만 통이 넘는다.
솔애울 국어순화연구소를 열어 우리 말글운동에 헌신해 온 고인을 한글학회는 2004년 우리글 지킴이로 위촉하기도 했다. 2014년에는 36회 외솔상을 수상했다. 외솔상은 한글학자 외솔 최현배 선생의 한글연구와 나라사랑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상이다.
유족은 아내 한상열씨와 자녀 대희·문숙·창숙·두희씨, 며느리 황선영·안현우씨, 손자 진섭·재영·재성·재현씨가 있다. 고인의 빈소는 서울 은평구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 장례식장 10호에 마련됐다. 발인은 27일 오전 6시 30분, 장지는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선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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