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브루투스, 너마저" 마지막 숨결, 지금 우리가 들이마신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브루투스, 너마저" 마지막 숨결, 지금 우리가 들이마신다

입력
2021.08.26 18:30
수정
2021.08.28 09:36
18면
0 0

과학 저술가 샘 킨 '카이사르의 마지막 숨' 번역 출간
아인슈타인의 냉장고 개발 등 과학계 뒷이야기 담아

빈첸초 카무치니의 '카이사르의 죽음'. 해나무 제공

빈첸초 카무치니의 '카이사르의 죽음'. 해나무 제공

로마를 통치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마르쿠스 브루투스의 칼을 맞으며 토해낸 마지막 숨결을 우리가 느낄 수 있을까.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의 마지막 숨, 또는 19세기 영국 희대의 연쇄 살인범 잭 더 리퍼에게 살해된 피해자들이 내쉰 숨의 공기 분자는 얼마만큼 우리 폐 속에 들어올까.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미국의 유명 과학 저술가 샘 킨의 '카이사르의 마지막 숨'은 '우리의 숨이 과거의 역사와 우리를 연결한다'는 주장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전작 '사라진 스푼', '바이올리니스트의 엄지', '뇌과학자들'을 통해 과학과 역사를 종횡무진 넘나드는 글솜씨를 자랑했던 저자는 공기 분자가 얼마나 작은가를 설명하기 위해 카이사르를 내세웠다. 공기는 분자가 작아 한 번 내쉬는 숨에도 수많은 입자가 들어 있고, 분자가 활발히 운동하면서 카이사르의 마지막 숨 중 일부가 지금쯤 지구의 대기 전체에 골고루 퍼져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우리를 둘러싼 공기의 비밀'이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 우리가 들이마시는 모든 종류의 기체에 얽힌 흥미로운 과학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어려운 내용을 역사 속 인물의 비극적 사고, 과학계 거장의 뒷이야기 등에 녹여 지루하지 않게 풀어내는 전작의 작법을 이번에도 충실히 적용했다.

가령 미국 워싱턴주 세인트헬렌스산에 살던 해리 트루먼이라는 노인의 죽음을 화두로 삼아 지구에 대기가 생겨난 과정을 펼쳐 보이는 식이다. 1980년 세인트헬렌스산에서 일어난 화산 폭발은 지구 초기 시절과 대기의 생성을 들여다볼 기회를 제공했다. 트루먼을 비롯한 수십 명을 희생시킨 세인트헬렌스산의 위험의 기원은 행성 지구의 초기 시절에서 비롯된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냉장고 개발 경쟁에 뛰어들었던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일화도 눈에 띈다. 아인슈타인은 유독가스를 냉장고 냉매로 쓰던 시절 동료 물리학자 레오 실라르드와 독성 가스를 쓰지 않는 안전한 냉장고를 만들었다. 하지만 프레온을 냉매로 한 냉장고에 밀려 상용화되지 못했다.

핵 연쇄 반응 방법을 발명한 레오 실라르드(오른쪽)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과 협력해 여러 종류의 냉장고를 발명했다. 해나무 제공

핵 연쇄 반응 방법을 발명한 레오 실라르드(오른쪽)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과 협력해 여러 종류의 냉장고를 발명했다. 해나무 제공

숨은 우리의 생명선이기에 인류의 이야기가 곧 기체의 이야기다. 책은 지구 대기의 기원을 살펴보고, 인간의 기체 활용 역사, 지구 밖 피난처가 될지도 모르는 외계 행성의 대기까지 다룬다.

저자는 우리가 단 한 번 들이쉬는 숨 속에 세계의 모든 역사가 들어 있을 수 있다고 말한다. 각 장(章)을 관통하는 뚜렷한 하나의 주제가 있다기보다는 공기에 초점을 맞춘 과학의 미시사다. 기초 과학 지식 없이도 소설처럼 잘 읽히는 게 큰 장점이다.

카이사르의 마지막 숨·샘 킨 지음·이충호 옮김·해나무 발행·488쪽·2만 원

카이사르의 마지막 숨·샘 킨 지음·이충호 옮김·해나무 발행·488쪽·2만 원


김소연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