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행 이후 69일 만에 승격
텍사스, 코로나19 집단 감염으로 투수진 붕괴
이닝이터 넘어 선발 기회 올 수도
구위·구질 류현진과 차이 없어
떨어지는 제구력 극복이 관건
마이너리그에서 절치부심하던 양현종(33)에게 메이저리그를 붙잡을 사실상 마지막 기회가 찾아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주전 투수들이 대거 이탈한 텍사스 구단에서 양현종을 69일 만에 전격 빅리그 로스터에 포함시킨 것이다. 구단에선 최대한 긴 이닝을 소화해주길 바라고 있어, 시즌 초반처럼 다양한 역할이 양현종에게 주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텍사스는 25일 양현종을, 내야수 라이언 도로우, 좌완투수 제이크 라츠와 함께 26인 로스터에 포함시켰다. 크리스 영 텍사스 단장은 “투수들이 (코로나19 여파로) 대거 이탈했다. 매일 추가 검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최악의 상황이 지나갔기를 바라고 있다”고 양현종의 빅리그 합류 이유를 전했다. 텍사스는 현재 코로나19 감염자가 속출하면서 이날도 투수 데닝 더닝과 스펜서 하워드, 포수 요나 하임을 관련 부상자 명단에 올렸고, 전날에도 투수 마이크 폴터네비츠와 드루 앤더슨, 내야수 브록 홀트를 전력에서 제외했다.
양현종은 이로써 6월 17일 마이너리그행을 통보 받은 지 69일 만에 다시 텍사스 유니폼을 입게 됐다. 그는 올 시즌 빅리그에서 3패(평균자책점 5.59)에 그쳤다. 영 단장은 “양현종이 경쟁력 넘치는 선수라는 것을 알고 있다”며 “시즌 초반처럼 꾸준하게 좋은 투구를 보여주며 80, 90구까지 소화해주길 바라고 있다”고 했다.
빅리그 안착을 희망하는 양현종 입장에선 최고의 기회이다. 양현종은 그간 리빌딩 기조에 있는 텍사스에서 나이가 걸림돌이 돼 상대적으로 적은 등판 기회를 부여 받았다.
양현종은 이번에 구원투수로 긴 이닝을 책임지는 이닝이터뿐만 아니라 선발 역할이 주어질 수도 있다. 텍사스는 당장 이번에 승격한 라츠를 26일 클리블랜드전 선발 등판으로 예고했고, 27일 휴스턴전에는 28일 선발인 조던 라일스를 앞당겨 올릴 정도로 선발진 또한 붕괴된 상태다. 크리스 우드워드 텍사스 감독은 “양현종은 충분히 긴 투구가 가능하다”며 “코로나19로 이탈한 선수는 무리해서 복귀시키지 않을 것이다.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리지 않기에, 일부 선수들에겐 이번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현종은 올 시즌 빅리그에서 동갑내기 김광현(세인트루이스)이나 류현진(34·토론토)보다 뒤처지지 않는 구위과 구질을 선보여 가능성은 충분하다. 베이스볼서번트에 따르면 양현종의 직구 평균 구속(144㎞)은 류현진과는 같았고 김광현보다는 1㎞ 앞서 있다. 또 변화구 구사 빈도(체인지업27.7%, 슬라이더22.8%)는 슬라이더에 치우친 김광현(슬라이더 36.65%, 체인지업 11.2%)과 다르게 류현진(체인지업 26.1%, 커터25.6%)과 비슷했다. 차이는 류현진은 직구 구사 비중(34.7%)을 낮춘 대신 커브(12.6%)로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는 점이다. 양현종의 4구종인 커브는 전체 투구의 3.5%에 불과했다.
문제는 제구에 있다. 양현종은 이닝당 0.5개 볼넷을 내준 반면 김광현은 0.3개, 류현진은 0.2개에 그쳤다. 양현종이 그간 밸런스를 어떻게 잡으며 제구력을 높였는지가 빅리그 안착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봉중근 KBSN 해설위원은 “양현종은 두 투수에 비해 제구가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며 “갈망하던 세계 최고 마운드에 오르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힘이 많이 들어갔고, 여유 또한 없었을 것이다. 이젠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기량을 보여줘야 할 시기가 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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