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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리자 차량이 둥둥 떴다" 울산 태화시장 침수에 상인들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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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리자 차량이 둥둥 떴다" 울산 태화시장 침수에 상인들 분통

입력
2021.08.24 21:00
수정
2021.08.24 21:12
0 0

2016년 태풍 '차바' 이어 또 침수
상인들? "혁신도시 저류조 때문"
개선 공사 지지부진…수해 반복

24일 태풍 '오마이스'로 침수 피해를 입은 울산 태화시장 상인들이 복구 작업을 벌이고 있다.

24일 태풍 '오마이스'로 침수 피해를 입은 울산 태화시장 상인들이 복구 작업을 벌이고 있다.

제12호 태풍 ‘오마이스’의 영향으로 울산에 시간당 8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진 가운데 태화시장 일대가 또 물에 잠겼다. 상인들은 인근 혁신도시의 부실한 저류조를 원인으로 꼽으며 "울산시도 LH도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24일 오전 울산시 태화동 태화시장. 곳곳에선 상인들이 물을 퍼내고 토사를 닦아내느라 여념이 없었다. 침수된 가게는 어림잡아 100곳이 넘었다. 화장품 가게를 운영하는 노정숙(69)씨는 “어제 새벽 1시 이후 비가 쏟아지면서 주차된 차량들이 둥둥 뜨기 시작했다”며 “도로에 물이 엉덩이까지 차올랐다”고 말했다.

노씨 가게 주변은 반지하라 피해가 더 컸다. 바닥에 쌓아둔 상품들은 모조리 물에 젖었고, 냉장고 안까지 진흙이 들어찼다. 피해 상황을 이야기하는 중에도 가게 내부에는 계속 물이 고였다.

이웃에 있는 반찬가게는 밖에 설치한 냉장고 3대가 모두 떠내려가 부랴부랴 1대를 주문한 상태였다. 가게 주인은 “차바에 이어 벌써 두 번째인데, 또 떠내려 갈 텐데 한두 푼 모아서 사놓으면 뭐하냐”며 한숨을 지었다.

맞은편 식료품 가게 주인 국정순(61)씨도 “2016년 차바로 입은 피해액의 겨우 20%를 지난 3월에서야 받았다”며 “코로나19 때문에 가뜩이나 장사도 안 되는데 피눈물이 날 지경"이라고 말했다.

24일 태풍 '오마이스'로 침수 피해를 입은 울산 태화시장의 한 가게 내부 모습.

24일 태풍 '오마이스'로 침수 피해를 입은 울산 태화시장의 한 가게 내부 모습.

도로보다 30cm가량 높은 곳에 위치한 가게들도 수해를 피하지는 못했다. 속옷가게를 운영하는 박문점(태화시장 상인회장)씨는 ”소방차 같은 큰 차가 지나갈 때마다 파도처럼 가게 안으로 물이 밀려들어왔다“며 연신 바닥에 걸레질을 해댔다.

인근 옷가게 주인 부부는 ”혹시 몰라 바닥에 있는 옷은 올려뒀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물이 훨씬 높이 차올랐다“며 하나라도 더 건지려 진흙 묻은 옷을 비벼댔다.

이곳 상인들은 침수 원인을 이구동성으로 울산혁신도시를 꼽았다. 태화시장에서 30년 넘게 장사를 해 왔다는 한 상인은 “태화강 물이 넘쳐도 시장에는 피해가 없었는데, 혁신도시가 조성되고부터 달라졌다”고 말했다. 논밭에 혁신도시를 조성하면서 저류조 공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땅에 스며들어야 할 물이 시장 쪽으로 쏟아진다는 것이다.

실제 태풍 차바로 수해입은 상인 172명은 2017년 11월 혁시도시 조성 주체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1심, 2심 모두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울산시에 따르면 혁신도시에 설치된 저류조 7곳 가운데 3곳이 물이 들어오는 부분은 지름 1m의 원형 한 개에 불과한 반면 방류구는 가로 1.8m, 세로 1.5m 박스형 7개로 이뤄져 있다. 고호근 시의원은 “저류조 깊이가 얕은 데다 저류 방식도 물을 가두는 것이 아니라 흘러가는 방식으로 잘못 시공돼 사실상 저류 기능을 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침수 원인은 찾은 셈이지만 대책 마련은 지지부진하다. LH는 저류조 방류구를 1개로 줄이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8월 현재 3곳 가운데 1곳만 80% 정도 공사가 진행됐고, 나머지는 올 연말까지 마무리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문점 태화시장 상인회장은 “과거 사례를 보면 우리나라의 경우 보통 10월까지도 태풍의 영향이 계속되는 만큼 하루 빨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울산=글·사진 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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