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살 때 포탄 파편 맞아 장애 닐로파르 바얏
"탈레반에 여성은 사회 일부조차 아니다"
아프간 동포에게는 "희망 잃지 말라" 당부
"탈레반 통치 아래 여성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사회의 일부조차 아니다."
아프가니스탄 여자 휠체어 농구 국가대표팀 주장 닐로파르 바얏(28)이 카불 탈출 당시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전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바얏은 20일(현지시간) 스페인 공군기를 타고 수도를 빠져나와 스페인 빌바오에 내렸다.
그는 "카불 공항이 탈레반으로부터 도망치려는 수천 명의 사람들로 인해 발 디딜 틈이 없었다"면서 "살면서 한 번도 보지 못한 광경이었다"고 묘사했다. 또 "탈레반은 공중에 총을 쏘고 사람들을 때렸다"며 공항에 들어가기 위한 9시간 동안 공포스러운 상황이 계속됐다고 설명했다.
바얏은 또한 탈레반이 자신에게 '영원한 삶의 고통'을 줬다고 회상했다. 탈레반 집권 시기에 카불에 있었던 바얏의 집은 폭격을 맞았다. 이 사고로 바얏의 형제는 즉사했고 당시 두 살이었던 그는 포탄 파편에 척수를 다치고 화상을 입어 다리에 장애를 갖게 됐다.
하지만 바얏은 희망을 잃지 않았다. 사고 후 몇 년이 지나 휠체어 농구를 시작하면서부터 바얏은 아픔을 극복할 용기를 얻었다. 바얏이 속한 농구팀은 2017년부터 국제 대회에도 출전하는 등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에게 희망의 상징이 됐다. 그뿐만 아니라 그는 법학을 공부하면서 장애인 여성 인권을 위한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그러나 탈레반의 재집권으로 그의 노력은 순식간에 지워졌다. 바얏은 공항 탈출 자체가 위험했지만 그 외엔 다른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농구를 하는 영상이 너무 많이 공개됐고 그동안 여성 인권을 위해 활동한 흔적도 있다"며 "탈레반이 이를 알면 나를 죽일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탈레반이) 집집마다 찾아와 사람들의 신원을 확인하기 시작했다"면서 "20년 전으로 되돌아간 듯해 끔찍했다"고도 했다.
탈레반이 카불을 점령했다는 소식에 위험을 직감한 바얏은 친구였던 스페인 기자에게 자신의 상황을 알렸다. 기자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바얏의 사연을 공유했고 스페인 정부 관계자들이 이에 응답하면서 바얏의 탈출은 성사될 수 있었다.
스페인 정부의 협조 덕에 그는 20일 남편 라메시 나이크 자이(27)를 비롯해 스페인 군대와 수년간 협업해 온 250명 이상의 아프간 동포들과 함께 마드리드 인근 토레혼 공군 기지에 도착했다. 바얏은 스페인 빌바오 휠체어 농구팀의 제안으로 선수 활동도 재개할 예정이다. 아프간 남자 휠체어 농구 선수인 남편 역시 합류 제의를 받아 부부는 21일부터 빌바오에서 새로운 삶을 꾸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남겨진 가족들은 여전히 걱정이다. 바얏은 "우리는 구출됐지만 아프간에 있는 우리 가족들은 어떡하나"라며 "너무 불안하고 걱정된다"고 두려워했다. 이어 탈레반 치하의 아프간, 특히 여성의 지위와 안전도 우려했다.
그는 "탈레반 통치 아래 여성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사회의 일부조차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아프간에 있는 동포들에게는 "제발 그들이 무사하기를 바란다"며 "(새로운 삶을 시작한 자신처럼) 포기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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