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공개 행보에도 영장 집행 안 나서
"소극 자세로 경찰 권위 떨어뜨려" 비판 고개
경찰 "시기·방법 다각 검토 후 구인 단행할 것"
지난달 불법 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또다시 공식석상에 나타났지만, 경찰은 이번에도 영장을 집행하지 않았다. 경찰은 신속한 영장 집행 방침을 밝혔지만, 경찰이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면서 수사당국으로서 권위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3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양 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열린 전국 6대 지하철노조 투쟁 선포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법원이 지난 13일 감염병예방법·집시법 위반, 일반교통방해 혐의로 양 위원장의 구속영장을 발부한 이래 두 번째 공식 일정이다. 앞서 양 위원장은 18일 같은 장소에서 민주노총 출입기자단과 간담회를 가진 바 있다.
구속 대상자인 양 위원장이 언론에 공개된 일정을 소화했지만, 경찰은 이날도 영장을 집행하지 않았다. 민주노총 측 저항에 막혀 수포로 돌아가긴 했지만 수사관 10여 명을 해당 건물로 보내 구인 절차에 협조할 것을 요구했던 18일과 달리, 이날은 영장을 집행할 인력도 보내지 않았다. 이번 불법집회 사건 수사를 위해 서울경찰청에 52명 규모의 수사본부까지 꾸렸던 경찰의 초반 기세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이렇다 보니 "경찰의 영장 집행 속도가 지나치게 더디다"는 목소리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구속영장 유효기간은 발부 이후 한 달인데 벌써 열흘 넘게 양 위원장 신병 확보에 진전이 없자, 경찰이 다른 '꿍꿍이'가 있다는 의심까지 제기되고 있다. 법원이 구속 필요성을 인정한 피의지가 보란듯이 공개 행보를 이어가면서 형평성 논란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도 경찰엔 부담이다.
경찰이 '공권력 과잉 행사' 논란에 휩싸일 것을 우려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양 위원장이 사무실에 기거하면서 '농성전'을 펼치는 상황이라, 경찰이 영장 집행을 위해 건물에 진입할 경우 물리적 마찰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 경찰은 2013년 철도노조 파업 당시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을 체포하려 건물로 진입하다가 노조와 큰 충돌을 빚기도 했다. 최관호 서울경찰청장이 17일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방법으로 (영장 집행을) 하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 경찰이 강제 집행에 나서더라도 명분부터 충분히 쌓겠다는 방침을 내비친 거란 해석이 나온다.
경찰은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을 뿐, 영장 집행 의지는 분명하다는 입장이다. 이날 남구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지난번(18일) 1차 집행을 하려다가 현장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면서 "신속한 집행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양 위원장 구속영장 집행을 위해 수색영장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대법원이 "수색영장 없이 체포영장 집행을 위해 건물에 진입한 경찰 행위는 위법"이라는 판결을 내린 걸 고려한 조치로 해석된다. 경찰 관계자는 "시기와 방법을 다각도로 고려한 뒤 법과 원칙에 따라 영장을 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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