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취임 후 치러진 주요 선거에서 패배를 거듭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의 당내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지난 4월 중·참의원 재·보궐선거, 7월 초 도쿄도의회 선거에 이어 22일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요코하마 시장선거에서조차 참패하자 가을에 있을 총선(중의원 선거)에서 ‘선거의 얼굴’로 적합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9월 말 총재 선거 전 중의원 해산은 불가능해졌고, 총재 선거에 누가 출마해 겨루느냐가 연임의 가장 큰 관건이 됐다.
"스가 총리 지원이 역풍 불러" "총리가 스스로 물러나 달라"
23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요코하마 시장 선거에서 스가 총리가 전면적으로 지원한 오코노기 하치로(小此木八郞) 전 국가공안위원장이 패배한 것은 자민당에 큰 충격을 줬다. 총리로선 이례적으로 자신의 정치 입문을 가능케 한 은인의 아들이자 정치적 제자인 오코노기 후보를 전면적으로 지원했지만, 결과적으로 패배라는 성적표를 받아 들고 말았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정권 심판론’이 패배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당내에선 “스가 총리의 지원이 선거에 역효과를 낳았다”는 불만도 분출하고 있다. 다선 의원과 달리 총선 승리가 확실치 않은 젊은 층에선 “총리가 스스로 물러나 달라”는 목소리까지 나온다고 신문은 전했다.
스가 총리는 “선거 기반이 약한 의원들 사이에서 여러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며 의연한 자세를 보이고 있으나, 애당초 목표로 했던 “총재 선거 전 중의원을 해산하고 총선에서 승리해 총재선거에서도 무투표 재선한다”는 시나리오는 물 건너갔다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스가, 총재 선거 후 10월 중의원 해산 방안 모색"
요미우리는 이와 관련, 스가 총리가 일단 9월 말 총재 선거에서 승리해 구심력을 회복한 후, 감염 상황을 봐 가며 10월 초에 중의원을 해산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10월이면 백신 접종이 상당히 진전돼 감염 상황도 호전되고 역풍이 줄어들 것이란 예측이다. 실제로 스가 총리는 지난 17일 기자회견에서 “모든 (접종) 대상자의 80%가 맞을 수 있는 양의 백신을 10월 초까지 지자체에 배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건은 9월 말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의 재선 여부다. 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과 최대 파벌인 호소다파가 스가 총리의 연임을 지지했지만 강력한 라이벌이 나온다면 70%의 압도적 지지를 받아 당선된 지난해 같은 승리는 기대하기 어렵다.
최근 당 3역 중 한 명인 시모무라 하쿠분 정조회장과 우익 성향의 여성 정치인 다카이치 사나에 전 총무장관이 출마를 선언했으나, 이들은 출마를 위해 필요한 의원 20명의 추천서를 받을 수 있을지 확실치 않다.
"기시다 후미오, 출마 쪽으로 조율 중"
주목되는 것은 지난해 총재 선거에 출마했다가 패배한 기시다 후미오 전 정조회장과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의 출마 여부다. 이 중 이시바 전 간사장은 최근 방송에서 “현 총재를 선출해 지지할 입장에 있는 분들이 코로나19 감염이 급속하게 확산하는 가운데 입후보하는 것에 위화감을 느낀다”고 말하며 총재 선거 출마 의향을 밝히는 데 주저하는 발언을 한 바 있다.
반면 기시다 측은 출마하는 쪽으로 조율 중이라고 산케이신문이 23일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기시다 전 정조회장은 46명의 의원이 소속된 기시다파를 이끌고 있다. 다만 지난해에도 니카이 간사장이 선봉에 서고 아베 신조 전 총리와 아소 다로 부총리도 지지를 표명하면서 스가 당시 관방장관이 압도적 승리를 거둔 것처럼, 이번 선거에서도 니카이-아베의 의중이 총재 선거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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