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대한 기록 단시간에 판단… 충실 심의 한계
검찰 수뇌부 책임 회피·유력인사 악용 비판도
공정성·실효성 논란… 대검 "개선책 마련 검토"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도입된 지 3년이 넘었지만 검찰권 남용 견제라는 본래 취지에 맞게 안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심의 때마다 공정성과 실효성 논란이 따라붙으며 제도 손질 목소리가 잇따르자, 대검은 개선책 마련을 검토하고 있다.
22일 법조계 의견을 종합하면, 수사심의위 제도의 가장 큰 문제는 심의위원 선정을 둘러싼 공정성 논란이 꼽힌다. 지난 18일 김오수 검찰총장의 소집 결정으로 마련된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사건 심의에서 오지원 변호사가 위원으로 참석해 논란이 일었다. 오 변호사가 원전 수사를 주도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선 출마를 비판해왔고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배우자라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오 변호사의 정치적 성향을 우려한 수사팀은 기피 신청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심의위 참여 경험이 있는 수도권의 한 부장검사는 "보안을 이유로 심의위 개최 직전에 명단을 알려주기 때문에 기피 신청 자체가 쉽지 않은데다, 문제를 제기해도 관철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기피 대상 위원을 뺀 심의위원 과반 동의를 얻어야 배제가 가능한 운영 방식 때문이다. 오 변호사 역시 과반 찬성이 나오지 않아 참석이 유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2018년 1월 도입한 수사심의위는 검찰이 무리한 수사와 기소로 권한을 남용했다는 비판을 받자 자구책으로 내놓은 제도다. 대검이 정한 외부 전문가 풀(150~250명) 중에서 무작위로 뽑힌 현안 심의위원 15명이 수사를 계속할지, 구속영장을 청구할지, 기소할지 등을 심의·의결한다.
제도가 만들어진 뒤 지금까지 총 14차례 수사심의위가 열렸다. 이중 대부분은 검찰총장 직권으로 소집(6회)이 결정됐거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성윤 서울고검장 등 기소를 앞둔 유력 인사들의 요청으로 소집됐다.
검찰총장 소집 사례는 안태근 전 검사장의 후배 검사 인사 보복 의혹과 월성 원전 의혹 사건 등이다. 이성윤 고검장은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수사 외압 의혹 수사를 불신하며 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했다. 심의위 운영지침상 '국민적 의혹'이나 '사회적 이목 집중' 사건이 심의 대상으로 한정돼 있어 검찰 내부 의견이 엇갈릴 때 활용되곤 했다.
하지만 검찰 수뇌부가 책임을 회피하거나, 유력 인사들이 수사가 불리하게 진행될 때 이를 돌파하는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방검찰청의 한 검찰 간부는 "검찰총장이 수사팀과 엇갈린 자신의 의견을 관철하거나 고도의 여론전을 전개하려는 특권층의 제도로 비쳐지고 있다"이라며 "억울한 수사를 당한 평범한 사람은 조명 받을 일이 없어 외부 전문가 판단을 받을 일도 없다"고 말했다.
충실한 심의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예컨대 삼성그룹 불법 합병·회계 부정 의혹처럼 복잡한 사건도 30쪽 의견서와 30분 의견 청취를 토대로 개최 당일 결론을 내야 한다. 현행 방식으론 심의위원들이 면밀한 법리 검토를 통해 검찰 수사의 타당성을 판단하기는커녕 '여론 재판'을 한다는 의구심만 키울 수 있다. 수사심의위가 권고만 가능한 자문기구인 만큼, 심의 대상을 좀더 명확히 설정해 심의 결과에 대한 신뢰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대검은 수사심의위 제도와 관련한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면서 개선 사항을 검토 중이다. 김오수 총장은 지난 6월 인사청문회 당시 심의위 개편 필요성에 관한 지적에 "취임하면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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